매일신문

현장속으로-보행자들 짜증스런 '곡예 통행'

인도가 점령당하고 있다. 노점상들이 내놓은 리어카와 상점에서 내놓은 광고간판, 상품…. 보행자들은 인도조차 마음 놓고 걸을 수 없다.

불법행위지만 시원스런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통행권을 보장받으려는 시민, 불법인 줄 알면서도 한푼 벌이에 나서는 상인과 노점상. 인도는 또 하나의 삶의 현장이 되고 있다.

◇"목숨 걸고 다녀야 해요"

"인도 위에 기계들을 전시하는가 하면, 인도 위에서 보수 수리에 도장작업까지 하고 있습니다. 지게차가 트럭에 짐을 오르내리다 보니 보도블록이 깨어져 자갈길같이 변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인도를 점령하고 있는 각종 적치물로 보행자들이 차도 통행을 하거나 쌓아둔 물건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통행하는 장면이 매일 연출된다.

7일 오후 2시쯤 북구 칠성동의 시민운동장 건너편에서 칠성시장에 이르는 왕복 2차로 도로에는 인도가 없다. 차로 가장자리에 1m 폭으로 노란색 선을 그어 사람들이 다닐 수 있도록 한 것이 전부다. 이마저도 10여m 간격으로 늘어선 전봇대와 가로수, 그리고 상점들이 내놓은 간판, 의자 등이 막고 서 있었다. 길이 막혀 버리면 시민들은 차로로 지나다닐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가방을 멘 인근 초등학교의 학생들이 막혀버린 인도를 넘어 달려오는 시내버스 사이로 걸음을 떼는 모습은 그야말로 아찔하다.

달서구 도원동 사계절타운 앞 버스정류장. 이곳 역시 상품 진열대와 각종 노점들로 인도폭이 절반 이상 줄어들어 있었다.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는 시민들과 행인들이 한데 뒤섞여 어깨를 부딪치는 등 늘 혼잡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통학로,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시장주변 등에는 어김없이 노점이 인도를 점령하고 있고, 상점에서 내놓은 간판 등 적치물과 인도에 버젓이 주차한 차량, 공중전화 박스, 음식물 쓰레기통 등이 뒤엉켜 있다. 전기성(35)씨는 "온전한 인도가 없을 정도로 적치물들이 자리를 잡아 한여름에 짜증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죠"

중구 동산동 섬유회관 앞. 인도 위에 나물 등 야채를 펼쳐 놓고 장사를 하고 있는 60대의 한 할머니는 "불법인 줄 알지만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노점 상인들은 보행권도 중요하지만 자신들의 생존권도 보장되어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한 노점 상인은 "새벽부터 자리 잡고 힘들게 물건을 늘어놓았다가도 단속반에 전화 한통 하면 노점을 접어야하는 우리 심정을 알기나 하느냐"며 "살기 힘들게 만들어 놓고 힘없는 사람 밥줄 끊으려는 것이 억울하다"고 했다.

칠성동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이모(48·여)씨는 "밤늦게까지 장사를 해도 손에 쥐는 돈은 몇푼 되지 않는 다"며 "단속반에 적발되면 다시 자리를 찾아 떠나야 하는 고단한 삶이 힘겹다"고 했다.

자신의 가게 앞 인도에 진열대를 마련한 한 상인은 "그래도 길거리에 물건을 내놓아야지 행인들이 둘러보기나 한다"며 "백화점이나 대형소매점들이 작은 상점을 죽이고 있는 판에 발버둥을 쳐야 살 수 있다"고 했다.

◇법대로 단속한다면

인도 위에 물건을 내놓는 것은 불법행위이기 때문에 분명 단속 대상이다. 그러나 구청 단속반들이 겪는 애환도 만만찮다. 지난 2월부터 6월 중순까지 북구청에 인도 위 적치물을 치워달라고 접수된 민원은 모두 543건. 북구청이 그동안 처리한 적치물 건수는 71건. 인도를 점령한 컨테이너 6개와 포장마차 25개, 리어카 2대, 평상, 철재박스, 헌옷수거함 등이다. 그러나 단속인원 10명으로는 한번 둘러보기도 벅차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구청 단속반 경우 민원이 많은 곳 위주로 정비에 나서지만 난감한 경우도 많이 겪는다고 했다. "자진 정비를 유도하고, 상습적인 노점에 대해서는 철거에 나서기도 하지만 늘 술래잡기가 됩니다." 치우면 또 다른 곳에 생기고, 그곳을 정비하면 또 다른 곳에서의 민원이 발생한다는 것.

북구청 박영태 담당은 "턱없이 모자라는 인원으로 넓은 지역을 모두 단속하기는 사실상 힘든 점이 많다"며 "단속만이 근본 대책이 되지 못하는 만큼 지속적인 계도와 효과적인 정비계획을 세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사진: 대구시내에는 통행인들이 인도를 차지한 노상적치물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걸어가야 하는 곳이 많다. 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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