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런던테러…위기 속에 돋보인 블레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런던 연쇄 테러라는최악의 위기 속에서 인상깊은 지도력을 내보여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번 테러는 그가 3선에 성공한 직후이긴 하지만 의회 장악력이 현저하게떨어진 가운데 발생했다는 점에서 그의 대응 여하가 향후 지지도는 물론 영국 정치지형 형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블레어 총리의 최근 일정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분주한 것이었다.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의라는 대사를 앞두고 싱가포르를 방문해 런던의 2 012년 올림픽 유치를 성사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올림픽위원들은 맨투맨으로설득, 강적이었던 프랑스 파리를 단 4표 차이로 제치고 막판 역전극을 연출했다.

이어 곧바로 스코틀랜드 글렌이글스로 날아가 G8 순회의장국 정상 자격으로 G8 정상회의를 주관했다. 블레어 총리는 아프리카 빈곤과 지구 온난화 문제를 G8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로설정하고 미국의 양보를 압박해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부각시킨 셈이다.

앞서 개최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는 농업보조금 등 구시대적인 제도 철폐를 강력히 요구하며 유럽 대륙의 맏형 노릇을 자처하고 있는 프랑스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런던 연쇄테러 발생 직전인 7일 아침 블레어 총리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조찬 회동을 한 뒤 함께 산책을 하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유일 초강국 미국에 대해 영국이 가진 영향력을 과시라도 하는 듯 영.미 정상의 공동 기자회견은농담과 웃음이 난무했다. 마치 '유럽의 대통령'이라도 된 듯한 자신만만한 행보라할 만한 것이었다.

하지만 연쇄 폭발 발생 소식을 접한 뒤 블레어 총리의 태도는 급변했다. G8 정상회의 진행을 중단하고 즉각 런던으로 귀환하는 결단력을 보였다.

"이번 공격은 영국에 대한 공격일 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와 모든 문명 국민들에대한 공격이며 G8 정상들은 영국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낸다"는 G8 정상회의 성명을 낭독하는 블레어 총리의 등 뒤에는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G8 지도자들과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강국 지도자들이 도열해 있었다. 마치 영국의 지도력을 세계가추인하는 장면인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이어 런던에서 긴급 각료회의를 주재하고 행한 대국민 TV 연설도 영국민의 가슴을 파고드는데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표정과 목소리의 톤까지 세심하게 배려한 블레어 총리는 이 연설에서 "오늘은 영국민에게 매우 슬픈 날이다. 하지만 우리는 영국적인 삶의 방식을 굳게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연쇄테러가 블레어 총리의 정치생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테러를 자초했다는 책임론이 부각될 수도 있고, 국민적 단합을 불러 지지기반이 더욱 공고해 질 수도 있다.

BBC는 이에 대해 좀더 대비 태세를 완비했다면 런던 테러를 막을 수 있었을지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테러의 본질적 속성상 어떤 지도자라도 테러로부터 안전을보장할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테러발생 책임을 블레어 총리에게 물을 수만은없다는 뜻이다.

방송은 특히 과거 역사로 비춰볼 때 영국민이 앞으로 한동안 정부를 중심으로단합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여야 정치인들도 테러에 굴복하지않는다는데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점에서 블레어 총리에게는 테러라는 '위기'가 최소한정치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AP통신도 블레어 총리가 역경과 위기 속에서 더욱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켜온 점을 지적, 이번 런던 테러가 그의 정치적 입지 강화에 결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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