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와 소프트볼이 결국 2012년 런던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에서 사라지게 됐다.
8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투표 결과 야구와 소프트볼은 IOC 위원의 과반표를 얻는 데 실패, 28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표결 결과는 비밀에 부쳐졌다. 이들 종목의 빈 자리는 골프, 럭비, 스쿼시, 가라테, 롤러 스포츠 중 2종목이 대체한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야구는 결국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모습을 감출 전망. 1996년 애틀랜타 대회부터 도입된 소프트볼은 12년의 짧은 역사를 기록하게 됐다.
야구와 소프트볼은 지난 1936년 폴로가 정식 종목에서 탈락한 지 69년 만에 처음으로 올림픽에서 제외된 종목의 치욕도 함께 안았다.
AP 통신은 야구의 정식 종목 탈락 이유로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정상급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어들이 자국을 대표해 참가하는 농구와는 대조적인 면이었다. 소프트볼은 세계적으로 행해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탈락했다.
종목의 존속과 교체를 주장해 온 IOC 프로그램 위원회는 그동안 야구가 ▲국제야구연맹(IBAF) 가맹국 수가 110개 나라에 불과, 202개 나라에 달하는 IOC에 비해 보급도에 문제가 있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97.4%나 팔렸던 입장권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53.2%밖에 안 팔렸으며 ▲메이저리그 톱 클래스급 선수가 출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정식 종목 제외 가능성을 제기했었다.
결국 이 보고서의 손을 들어주게 된 셈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 노조 주최가 돼 강력하게 추진 중인 야구 국가대항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의 태동도 야구의 탈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야구의 최강자를 가린다는 이 대회는 메이저리그 소속의 최고 선수들의 참가를 의무화 하고 있다.
톱클래스급 야구 선수들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않는 마당에 세계 최고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웅을 가린다는 올림픽 정신은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야구가 올림픽에서 제외됨으로써 향후 아시안게임에서의 존속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특히 아시안게임 금메달, 올림픽 동메달 이상을 땄을 경우 군미필자에게 병역 혜택을 베풀어왔던 우리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일단 2006년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과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예정대로 실시된다.
대한야구협회 이상현 사무국장은 "착잡한 심정이고 유구무언이다. 야구가 올림픽 종목으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도하 아시안게임과 베이징 올림픽은 예정대로 야구가 열린다. 병역 혜택을 받는 국제대회가 줄어들면서 선수들도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됐다. 남은 2개의 대회에서 국가대표에 뽑히기 위한 선수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소프트볼연맹의 이태주 사무국장도 "올해부터 올림픽에 초점을 맞춰 4년 주기로 훈련 계획을 세워왔는데 낭패를 보게 됐다. 소프트볼의 저변이 차츰 확대 돼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비보가 날아들었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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