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화 '아일랜드'-생명 경시냐, 의학 혁명이냐

대기 오염으로 소수만이 생존해 있는 가까운 미래. 사람들은 한 건물에 모여 철저한 건강관리와 통제된 생활을 통해 웰빙을 누리고 있다. 이들이 한결같이 꿈꾸고 있는 것은 최고의 낙원 '아일랜드'로 가는 것. 사람들이 모여 사는지라 이곳에서도 문제는 발생한다. 남녀 간에 눈이 맞을 수도 있고 분노와 우려도 여지없이 존재한다.

오는 22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SF 영화 '아일랜드' 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사실 그냥 사람은 아니다. '복제인간'(Clone) 혹은 '상품'(Product)이라는 단어가 이들을 지칭하는 말. 아일랜드는 이들에게 폐기 후 다가오는 죽음을 뜻한다.

음모를 깨닫고 이곳을 탈출하는 두 남녀(이완 맥그리거·스칼렛 요한슨)의 모험이 영화의 중심 줄거리이지만, 영화에는 간을 빼내던 중 도망치려던 한 클론의 모습이나 대리출산 직후 아이를 보고 즐거워하지만 곧 어김없이 죽임을 당하는 산모등 인간 복제에 대한 비관적인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SF 속 미래담이 비관적인 것은 흔히 있는 일. 인간 복제를 다룬 영화 중에는 '멀티플리시티'(Multiplicity) 같이 복제 인간으로 인한 혼란을 그린 코미디도 있지만 인간 복제를 통한 나치의 음모를 다룬 78년작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The Boys from Brazil)이나 복제인간들의 슬픈 운명을 그린 걸작 '블레이드 러너'(82년) 같은 영화들은 인간 복제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배경이 앞으로 단지 10년 후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공포는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황우석 교수의 '업적'으로 한국이 이 분야 연구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이 영화를 둘러싼 논쟁에서도 한국은 중심에 가까이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배경의 시기 설정에서 황 교수의 연구 발표에 영향을 받았다. 제작진들은 최근 미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황우석 교수의 연구 결과를 보고 21세기 후반이었던 영화 속 배경을 2015년으로 앞당겼다"고 말하기도 했다.

상업영화의 틀을 띠고 있지만 영화는 이 분야 연구가 주는 난치병 치료라는 긍정적인 면과 인류의 혼란이라는 부정적인 면 두가지 모두를 강렬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클론들은 거대한 양수 주머니를 통해 잉태되고 이 양수 주머니는 마치 라면 박스처럼 다른 생산품과 다름 없이 거칠게 운반된다. 영화의 마지막 총을 겨누는 경찰 앞에 마주선 클론과 그의 본체는 서로 자신이 인간이라고 외쳐댄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500만 달러를 지불하면 60, 70년 정도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게 영화의 설정"이라며 "영화가 '당신이라면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가운데 영화를 보고 나면 꼭 이 질문에 동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 작품에 대해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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