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옥새' 펴낸 옥새전각장 민홍규씨

왕이 없는 시대이기에, 옥새도 사라진지 오래다. 하지만 왕조가 사라진 시대에도 옥새 제작의 비법을 지켜오고 있는 옥새전각장 민홍규(51)씨가 평생을 연구해온 옥새 관련 자료를 책으로 펴냈다.

동양 유일의 옥새전각장인이기도 한 그는 책 '옥새'(인디북 펴냄) 서문에서 '한국의 역사는 옥새로부터 흐른다'고 말한다. 옥새는 조선시대를 상징하는 예술품 가운데 가장 정제되고 장엄한 보고 중 하나로, 수백년 동안 독특하고 고유한 격식과 품격을 갖춰왔다.

민씨는 중학교 때 석불 정기호(1899~1989) 선생에게 옥새 전각을 전수받기 시작, 17년간 사사했다. 석불 선생은 당시 국내 유일의 전통 옥새 전각장으로, 광복 전까지 전통 옥새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다가 1948년 최초의 정부가 수립되자 '대한민국지새대한민국 최초의 국새'를 제작했다.

민씨는 이 책에서 옥새 전각을 전수받은 자에게만 구전으로 전해오는 글 '영새부'를 자세히 소개한다.

영새부는 옥새를 '인품'이며 '천심인 동시에 자연물'이라고 칭하며 옥새를 제작하는 원리를 자세하게 풀어놓고 있다. 주물, 인끈의 길이, 손잡이 조각의 주의할 점 등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만들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그만큼 옥새 제작은 많은 사람의 손길과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옥새는 서예, 회화, 조각, 전각, 도예, 주물 등 다양한 장르가 결집돼 있을 뿐 아니라 옥새 제작 후 의전분야만 해도 매듭장, 소목장, 은장, 척피장, 인출장, 다회장 등 30여명의 장인이 힘을 쏟아야 한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옥새는 일년농사로 불렸다. 봄에 좋은 흙으로 거푸집 준비흙을 만들고 여름에 밀랍을 구해 준비한 인문(印文)을 새기고 손잡이 형상을 그린다. 가을이 되면 조각하고 거푸집을 형성하며 초겨울까지 말린다. 겨울이 되면 가마작업을 통해 거푸집을 굽고 주물을 만든다. 이처럼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옥새는 별도의 감독관청에서 관리했으며 각종 행정서식이나 국가시험, 외교문서에 국왕의 결재의 의미로 사용됐다.

옥새는 중국, 일본, 한국 삼국의 유서깊은 궁중 문화재였지만 현재는 우리나라만 옥새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저자 민씨는 옥새가 매듭문화, 칠기문화, 가죽문화 등 다양한 문화의 발전을 가져왔고 문화 인프라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궁중문화인 옥새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대화하는데 힘을 쏟겠다"고 밝혀 옥새의 새로운 탄생을 궁금케 한다.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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