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또 임무다. 아이들이 감동(?)할 만한 간식 만들어주기!
"라면끓이는 솜씨는 감동이지." 슬쩍 던진 말에 대한 아내의 반응 "라면이나 자장면 끓여 먹였다가는 일요일 저녁까지 라면이나 자장면만 먹을 줄 알아!" '(속으로)깽... 매주 토요일 근무하는 직장없나?'
인터넷 검색창에 '어린이 간식'이라고 쳐놓고 엔터키를 누르면서 기도했다. '전지전능한 인터넷님 도와주소서'
주먹밥부터 토스트피자, 핫도그, 떡볶이까지 다양한 메뉴가 올라왔지만 이건 맵고, 이건 재료가 없고, 이건 만들기가 복잡하고. 게다가 요리과정을 설명하는데 '그램(g)' 단위가 왜 필요한 지 모르겠다. 저울이라고는 몸무게 다는 것 밖엔 없는데. 20g, 100g을 어떻게 달아서 준비한단 말인지. 결국 전지전능한 인터넷을 포기하고 요리책을 찾았다.
온갖 요리들이 눈안에 꽉찼지만 아이들만 남겨두고 장보러 갈수도 없으니 오늘의 화두는 '냉장고에 들어앉은 재료로 감동요리 만들기'다.
그래서 '오코노미야키'로 결정했다. 인터넷에 따르면, '좋아하는 재료를 밀가루 반죽과 함께 구워먹는 일본식 빈대떡.' 요리에 참고한 책은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 남자가 쓴 책이다보니 복잡한 단위(가령 큰술, 그램 따위)가 없고 조리 과정도 아주 간단하다.
하지만 금방 새로운 문제가 턱하니 나타났다. 데치기와 삶기도 구분 못하는데 어떻게 '적당히 익으면' 또는 '노릇노릇해지길 기다렸다가 살짝 끼얹고'를 해낼 수 있단 말인가? 또 무슨 소스 종류는 이렇게 많은지. 굴소스, 두반장, 우스터소스, 데리야키소스, 스위트칠리소스, 돈까스소스 등등.
어쨌든 요리 시작! 우습게도 맨처음 시작한 것은 재료 깎기, 썰기가 아니라 아내에게 전화하기다. 각종 소스가 어디에 있는지 묻기 위해. 아침부터 툭탁거리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아이들에게 어린이용 영화를 틀어주고는 양해를 구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부산을 떠는 아빠가 신기한 지 3살난 아들이 한동안 쳐다본다. 선수는 팬이 있으면 더 잘하는 법 아닌가? 재료를 다듬고 썰고, 프라이팬에 기름 두르고 지지고... 오코노미야키 한 접시를 만들어내는데 한 쪽짜리 요리방법을 서른번쯤 들여다본 것 같다. 싱크대며 식탁을 난장판으로 바꾼 뒤에 비로소 요리 완성.
밀려드는 뿌듯함과 함께 멋스레 장식한 가스오부시가 하늘거린다. 7살 딸이 "이거 정말 아빠가 만든거야?"라며 묻는다.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도 시식 대열에 동참했다. 시식 전에 설겆이는 기본. 깨끗이 정리된 부엌에 그럴 듯한 요리 한 접시. 고객 기절 차원의 주말 서비스다. 세 식구가 맛나게 먹어치우는 모습을 바라보는 흐믓함은 곧 바로 깨졌다. 남은 한 조각까지 깔끔하게 먹고 난 아내의 한 마디. "먹을 만 하네. 앞으로도 잘 해. 그런데 좀 느끼하다." 고추장 한 숟갈을 먹여볼까? 김수용 기자 ksy@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