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낙(樂)의 천국' 비슬산, 악(樂)이 있어 즐겁다

한 달에 한 번쯤은 가족들과 공연장의 호흡을 느껴보자. 거창하고 비싼 오페라나 뮤지컬보다 집주변을 먼저 둘러보자. 곳곳에서 무료음악회를 즐길 수 있다. 야외에서 자연과 호흡한다면?, 그리고 오다가다 쉴 곳, 먹을 곳까지 찾을 수 있다면? 모든 것 접어두고 먼저 떠나기부터 하자.

비슬락(樂). 대구에 몇 안되는 민간 무료 야외 음악회다. 여기에 틈틈이 얼굴을 내미는 당신이라면 낭만파라 자부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 주인도 없고, 연주자도 없고, 장르도 없고, 열리는 날도 정해지지 않은, 모든 게 불투명하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저 물 흐르듯 하루 1, 2시간 음악에 취할 수 있는 곳이다.

비슬문화촌에 비슬락이 열리는 날이면 널직한 야외무대가 알음알음 찾아온 관객들로 비좁다. "가뜩이나 고정 관객이 많은데 소개 안됐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다.

비슬락이 첫 선을 보인 건 지난 2000년. 정인표(55) 비슬문화촌장은 음악회를 열자는 제의를 받고서는 금새 비슬문화촌을 음악회 공간으로 제공했다. 그로부터 5년, 지금은 어떻게 알았는지 무료로 출연하겠다는 전국의 아마추어 음악가들의 신청이 넘쳐난다.

비슬락이 열리는 비슬문화촌은 1996년 도자기 공예가인 부인 김영자(51·여)씨의 작업장으로 시작해 규모가 늘면서 3층 900여평 규모의 거대한 문화공간으로 발전했다. 한창 때는 굵직굵직한 각종 전시도 열려 각종 전시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IMF이후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공연이나 전시 등 단체예약이 있을 때만 문을 열지만 그래도 비슬락은 건재하다.

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정보=비슬락 음악회는 매달 열리지만 일시는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저 대체로 매월 네 번째주 목요일이나 토요일쯤 열린다는 것 밖에. 시간은 보통 오후 8시부터 시작해 1, 2시간 진행됩니다. 사회는 이대희 현 대구MBC DJ(011-9590-7005)가 도맡아요. 음악회가 끝나면 간단한 뒷풀이도 있다네요.

비슬락의 또 하나 장점은 대구에서 가는 길이 빼어나다는 것. 가창댐을 끼고 청도 각북으로 넘어가는 이 길은 이미 드라이브 코스로도 이름이 나있고, 군데 군데 맛집도 많아 이래저래 즐거운 나들이 길이 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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