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 2세 경영 '빛과 그림자'

대구·경북권 사립대학에 설립자 2세의 경영승계가 늘고 있다.

설립자 2세가 실질적인 학교경영을 맡거나 경영승계 준비중인 대학은 2, 3년제 포함 15개 대학에 이른다. 이는 전체 지역 사립대학의 40%.

대물림 경영은 1990년대 중반부터 설립자가 고령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일선에서 후퇴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대학 2세경영 추세

영주 동양대는 설립자 최현우 재단이사장의 장남인 최성해 총장(52), 영천 성덕대학은 설립자 고 윤영석씨의 장녀 윤지현 학장(51), 김천대는 설립자 강신경씨의 딸 강성애(49) 학장이 대학 경영을 맡고 있다.

포항 1대학 하민영(63) 학장은 전 국회의원 하태환씨의 장남이고, 가야대 이상히 부총장과 대구공업대 이원 학장은 설립자 이경희씨의 셋째와 첫째 아들이다.

대구한의대 변창훈(40) 부총장은 홍보실장, 행정처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쳐 올 3월 부총장에 취임했다. 변 부총장은 황병태 총장을 보좌하며 인맥넓히기, 프로젝트 수행 등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최재영 영진전문대 기획실장은 2002년 부친 최달곤 학장의 건강이 나빠져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를 하다 경영승계 준비에 뛰어들었다.

2세 경영자 가운데 며느리·사위도 상당수다. 설립자가 박중광씨인 경운대와 김향자 총장(대구과학대 재단이사장), 남성희 대구보건대 학장 등은 설립자 김종옥씨의 딸과 며느리이고 전일평 선린대 학장은 김종원 선린대학이사장의 사위다.

◇책임경영이냐, 투명경영이냐

2세 경영에 대한 세상으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주인의식을 갖춘 책임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투명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일부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당수 임시(관선)이사 파견 대학이나 외부 영입 총학장 대학의 경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부분에서 결정을 하기 힘들고 재단의 눈치를 보는 일이 적잖다. 이런 측면에서는 설립자쪽에서 책임을 갖고 학교 경영을 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도 있다.

성덕대 윤지현 학장은 "우리가 설립했으니까 학교는 내 것이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며 "설립자의 이념은 살리되 시대가 요구하는 방향으로 학교를 키우고 언젠가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내분규로 위기를 맞고 있는 2세 경영자들도 있다. 경북지역 모 전문대의 경우 교육부 감사로 학내비리가 일자 경영승계를 준비하던 2세가 최근 학교를 떠났다. 또 대구지역 한 대학도 검찰수사를 받고 있고 상당수 대학에서 분규의 불씨가 내재하고 있다.

설립자, 이사장 등 후손의 대학 경영참여는 선대에서 설립한 대학을 설립 이념대로 운영한다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사립학교법도 재단이사의 3분의 1까지 친인척의 참여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공공의 교육기관을 '대물림'으로 사유화하고 있다는 논란의 여지도 없지않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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