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표정이 너무 굳었어요. 얼굴 좀 펴세요. 영정 사진 미리 찍어두면 오래 사신대요."
경일대 사진영상학부생들이 울진군에서 7일부터 12일까지 영정 사진찍기 봉사로 의미있는 여름을 보내고 있다. 참가학생은 전효석·정청식(이상 4년)·김경식(3년)군, 백선희·김애림(이상 2년) 양 등 12명.
이들은 학교에서 촬영과 조명설치, 할머니·할아버지들의 표정을 자연스럽게 끌어 내기 위한 '애교떨기', 유머연습도 가졌다. 지원자가 넘쳤지만 경비를 줄이기 위해 12명으로 제한했고 서울에서 유학 온 학생 3명은 이번 봉사를 위해 고향에도 가지 않았다.
학생들은 3개 조로 나눠 울진군 울진읍, 평해읍 등 12개 면단위를 돌며 군에서 미리 신청받은 1천588명을 찍는 강행군을 벌였다. 영정사진을 찍고 포토숍 수정작업을 거쳐 프린트하기까지 한 사람을 찍는데만 20여 분씩 걸렸다. 이생의 마지막에 거는 사진을 찍는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학생 모두의 표정이 자못 진지하다.
노인들은 처음엔 "뭐 이런 것을 다 찍느냐"며 어색해 하다 손자, 손녀 같은 학생들이 "오래 사시라고 찍어 드려요. 멋지게 찍어 드릴게요" 하면 "그래 잘 찍어줘"하고 반갑게 응해준다. 하지만 노인들은 막상 촬영의자에 앉으면 표정이 굳어졌다. 학생들이 애교도 떨고, 농담도 해 보지만 쉽잖다.
전효석 군은 "얼굴이 검고 주름이 많은 노인들이 사진을 받아 보고는 '밝게 해달라', '주름을 없애달라'는 등 많은 요구를 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다 해드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김애림 양은 "가벼운 마음으로 봉사를 왔지만 사진을 액자에 넣을 때는 웬지 숙연해졌고 사진을 받아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눈물을 글썽이며 손을 잡아주었을 때는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석재현 지도교수는 "사진전공 학생들이 개인작업을 위주로 하지만 사진과 봉사를 통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감동을 느껴보고 또 뭔가 해준다는 의식만이 배움을 얻는 소중한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영정사진 봉사를 위해 울진군은 차량지원, 울진 세계 친환경 농업EXPO조직위는 액자제작 비용, 카메라 회사에서는 사진제작시스템을 제공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
영정사진 봉사를 위해 경일대 사진영상학부생들이 교내 스튜디오에서 조명세팅, 장비점검 을 하며 영정사진 촬영봉사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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