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이모(35·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딸(7)의 아토피 피부염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딸아이는 밤새 가려움을 참지 못해 진물과 피가 날 정도로 손톱으로 피부를 긁는 일이 잦다.
이씨는 물론 남편도 울며 보채는 아이 때문에 밤을 꼬박 새는 일이 다반사다. 아토피 치료를 위해 2년 동안 소문 듣고 찾아간 병원, 한의원만 해도 10여 곳에 이른다. 녹차는 물론 베이킹파우더를 이용한 목욕, 각종 아토피 전용 크림 등을 사용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중학교 3학년인 최모(15·달서구 신당동)군은 아토피 피부염으로 인해 사타구니 주변이 시커멓게 변한데다 따가워서 걸음이 불편할 정도이다. 최군은 짧은 옷을 입는 체육시간이면 운동장에 나가지 못하고 혼자 교실에 남아 창밖만 바라봐야 한다.
환경오염과 인스턴트 식품 등의 영향으로 이른바 '신인류 난치병'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급증, 국내 어린이 10명 중 2명이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123만8천102명이며, 특히 4세 이하 영유아의 아토피성 피부염은 2003년 100명당 17.8명에서 지난해 19명으로 증가했다. 초·중·고교에서도 한 반에 서너 명씩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다.
전문의들은 면역체계의 이상에 따른 질환인 아토피 피부염은 유전과 환경오염, 인스턴트 식품 위주의 식생활, 스트레스 등 환경 요인이 주범으로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부모들은 아토피를 완치시키기 위해 병원· 한의원 등을 찾아다니는 '닥터 쇼핑'을 하는가 하면, 지나친 식이요법과 과학적 근거 없는 민간요법 등에 의존하는 바람에 부작용이 생기거나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많다.
김도원 경북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피부과 환자 가운데 10명 중 한 명이 아토피 피부염이다"며 "아토피는 완치가 어려운 질환인데 환자들은 완치를 목표로 여러 병원들을 전전하는 것은 물론 민간요법에 의존해 병을 되레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유진 효성아동병원 소아과 과장은 "부모들이 의사가 처방해준 약보다 인터넷 사이트, 입 소문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활용해 건강기능식품을 먹이는 경우가 많다"며 "아토피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병인 만큼 한 명의 전문의를 선택해 지속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가톨릭대 의대 피부과 김진우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 환자의 48.6%가 민간요법을 원했고, 5.6%가 민간요법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년 이상 아토피를 앓고 있는 환자의 84.3%가 민간요법을 시행했다.
민주노동당은 아토피 퇴치를 위해 실내 공기질 관리 강화를 위한 학교보건법 개정, 어린이 시간대 패스트푸드 광고 규제 등을 위한 법 개정, 질병관리본부 내 환경보건센터 신설을 위한 법 개정 등 아토피 정책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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