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北 6자회담 '전격복귀' 배경과 과제

명분·조건 성숙…이젠 성과물 챙기기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남한과 중국, 미국 등 주변국들의 설득과 요청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은 6·15 행사 기간 특사로 북한을 방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중대한 제안' 등을 거론하면서 6자회담 복귀를 설득했다.

또 미국은 부시 대통령의 '미스터 김정일' 발언 등을 통한 유화적 분위기를 조성해 북한이 복귀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했고 특히 리근 외무성 미국국장이 뉴욕학술포럼에 참가해 조셉 디트러니 대북협상대사를 만나는 등 양측간 의사소통도 급물살을 탔다.

이에 따른 결과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중국을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보다 하루 일찍 베이징에 도착해 김계관 부상과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중국은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의 중국 방문 등의 과정에서 강경한 톤으로 북한의 회담 복귀를 촉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북·중간 관례로 되어온 중국 최고지도자의 방북일정도 한없이 미뤄져 왔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북한이 회담 복귀를 결심한 것은 주변국들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며 "특히 정동영 장관의 6·17면담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북한은 주변국들의 설득과 분위기 조성 속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장관에게 언급한 7월 중 복귀 약속을 지킨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2·10 성명을 통해 핵보유를 선언하고 핵연료봉 인출 등 위기지수를 높여간 것은 이미 6자회담 복귀를 염두에 둔 수순 밟기라는 지적도 있다.

위기지수를 높임으로써 회담에 참가해 상대방을 압박할 레버리지를 확보한 만큼 회담을 통해 성과물을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작년 6월 이후 1년 1개월간 공전해오던 6자회담은 북한의 참가선언을 통해 논의의 장은 마련됐지만 앞으로 회담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일단 이번 회담이 결렬될 경우, 북한과 미국의 강경세력들 모두 회담 무용론을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참가국들은 부담을 안고 출발점에 선 셈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정동영 장관과 면담에서 핵포기 의사와 핵사찰 등을 언급한 점은 회담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점칠 수 있게 하지만 북한이 핵포기까지 이르는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할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점은 여전히 골치 아픈 숙제라고 할 수 있다.

라이스 국무장관은 이미 중국 방문에 앞서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 등은 없을 것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정부 당국자는 "앞으로 회담까지 20여 일간의 시간이 있는 만큼 미국 등 참가국들과 적극적으로 협의를 해나갈 것"이라며 "그동안 협의해 온 토대가 있으니 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북한이 6자회담의 성격을 군축회담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반면 미국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군축회담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회담이 잘 안 되는 경우를 상정한 카드일 가능성이 크다"며 "미리 부정적인 상황을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당 창건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전환점으로 모색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남북관계를 급진전시키고 있다.

당 창건 55주년이 되는 해였던 2000년에 양측이 고위급 특사를 상호 파견하고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발표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대반전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남북관계에서도 두 번째 정상회담 개최가 가시권에 들어오는 등 말 그대로 제2의 6·15시대가 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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