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지정리가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이뤄진 김천시 농소면 신촌리와 남면 초곡리 일대 신촌들.
40여 년 세월이 흐르는 동안 벼농사 짓기가 갈수록 힘들어져 신촌들의 4분의 1 정도는 이미 포도밭으로 변했고 일부는 경부고속도로 신설공사에 편입돼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실감케 한다.
우리나라에 농경지 정리가 처음 시도된 것은 1964년. 영농 기계화와 통계 정확성을 위해서였다. 이때 농소면 신촌·월곡리, 남면 초곡리, 어모면 중왕리 등 김천시내 농경지 776ha가 경지정리사업에 포함됐고 이중 신촌들 84ha가 우리나라에선 맨 처음인 1966년 12월 31일 준공되면서 경지정리 효시로 기록됐다.
당시 준공식에는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들이 대거 참석했다. 776ha의 농경지를 정리하는 데 소요된 사업비는 모두 3천170여만 원. 지금은 경지정리 단위 면적이 3천 평이지만 이땐 300평이었다.
당시에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농토를 훼손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고 경지정리 후 면적이 줄거나 논 위치가 불리하게 바뀐 농민들이 다수 있어 불협화음이 적잖았지만 서슬 퍼런 정부 힘(?)에 의해 큰 마찰은 없었다. 신촌들의 7ha는 1970년 7월 7일 개통된 경부고속도로 부지로 편입됐다. 지난 8일 오전 기자가 찾은 농소면의 신촌들 가운데 상당 면적이 포도밭으로 변해 경지정리 효시 지역임을 실감키 어려웠다.
이곳에서 1천300평 농사를 짓는 이천술(80)씨는 "벼농사로는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10년 전 포도밭으로 전환했는데 소득이 두 배 정도 늘었다. 당초 1천800평의 농지를 소유했으나 경부고속도로 신설로 500여 평이 편입되고 논이 두 동강나는 피해를 입었지만 정부서 하는 일이라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범숙(74)씨는 "포도밭으로 전환할 돈이 없어 2천400평에다 벼농사를 그대로 짓고 있다. 준공식 때 박정희 전 대통령과 검은 세단 승용차를 구경하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고 박 대통령은 경호인의 만류에도 일일이 주민들과 악수를 나눴다"고 기억했다.
이상배 남면사무소 산업담당은 "신촌들 84ha 중 25ha 정도가 포도밭으로 전환됐으며 대부분 농민은 소득이 높은 포도밭으로 전환을 원하지만 평당 2만~5만 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태헌(57) 남면사무소 총무담당은 "전국 처음으로 경지정리가 시행된 까닭에 공사 중에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헬기를 타고 방문한 적이 있었다"며 "이곳에 경지정리가 처음 시행된 연유는 알려진 게 없지만 들 전체가 경부선 철로 바로 옆에 위치한 점 등 때문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사진: 김천시 농소면 신촌리 일대 경지정리지구 준공식에 참석한 박정희 전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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