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6자회담이 열린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4차 6자회담 재개에 초미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조만간 열릴 6자회담에 기대를 걸면서 회담이 재개되면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중대제안'을 마련해놓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 낙관은 금물이다. 지난 6월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7월 중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혔지만 당시 김 위원장은 '조건부' 복귀 의사를 밝혔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귀국 후 정 장관이 설명한 바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를 인정 존중하고 그 의지가 확고하다면 7월 중에라도 6자회담에 나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7월이라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언급하면서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 것은 분명 주목할 일이지만, 조건을 단 것은 미국의 의도에 대해 여전히 강한 불신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6·17 면담 이후 북미 접촉이 재개되고 한미간의 대화도 활발해지고 있지만, 특별한 상황 진전은 없는 듯 보인다. 미국은 대북평화공존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북한 역시 대미 비난을 자제하면서도 미국이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은 북미 간의 팽팽한 신경전이 상대방의 의도에 대한 강한 불신을 바탕으로 서로 갈 길을 가고자 하는 '명분쌓기'인지는 불확실하다.
6자회담에 결코 낙관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이 북한에 보내는 메시지의 혼선이 거둬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김정일 위원장 등 북한 체제를 비난하는 발언을 자제하면서도, 대량살상무기 거래 의혹을 이유로 북한 기업 3곳에 추가적인 경제제재를 결정했고, 북한 등 비민주국가의 민주화를 촉진한다는 명분으로 민주주의 증진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또한, 6자회담이 재개되어도 미국은 작년 6월 3차 회담 때의 제안을 고수할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혼선된 메시지는 미국의 본질적인 의도가 "핵과 인권을 구실로 삼아 제도 전복을 노리고 있다"는 북한의 의구심을 씻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참고로 북한은 작년에도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북한인권법 제정이 "대북압살정책의 일환"이라며 6자회담 참가를 지연시킨 바 있다. 아울러 북한은 미국의 3차 회담 때의 제안이 '동시행동' 및 '일괄타결' 원칙과 거리가 멀다며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북한과 미국 모두 약간의 유연성을 보일 뿐 본질적인 경직성에는 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은 회담에 적극적으로 참가해 미국의 정책변화를 유도하기보다는 회담에 앞서 명분과 조건을 계속 내걸고 있고, 미국은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 양보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북한의 선(先) 핵폐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역할과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우선 6자회담 재개를 낙관하기보다는 분위기 조성과 동기 마련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성실한 자세로 6자회담의 참석을 촉구하는 것 못지 않게 미국에도 실질적인 대북정책의 변화도 요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은 회담을 위해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지시키면서 "북한에게 평화공존 의사를 밝힐 것"을 요구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이는 결코 미국이 북한에게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1기 때 실종된 외교를 복구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닐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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