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예가 길성 작품전

이도다완(井戶茶碗). 우리에게는 한 점도 남아있지 않은 우리의 전통 찻사발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경남 진주 지역에서 생산된 이도다완은 일본으로 200여 점이 유입돼 일본인들이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 도예품.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사용했던 기자에몬(喜在衛門) 이도다완은 현재 일본의 국보로 지정돼 있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도다완은 1960년대 일본의 차문화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하지만, 실물을 본 사람이 없어 일본사람들이 왜 이도다완을 그토록 애지중지하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후 국내의 많은 도공들이 재현에 나섰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하지만, 30여 년간 경남 하동에서 흙을 만져온 도예가 길성(吉星·61·길성도예 대표)씨가 지난해 이도다완을 완벽히 재현해냈다.

일본의 이도다완 전통 가문인 오모테센케(表千家)의 적통자 이에모토(家元)가 길씨의 찻사발을 6개월간 검증한 뒤 '이도다완'이라 판정을 내려 화제를 모았다.

400여 년 만에 우리 손으로 다시 빚은 이도다완. 그 찻사발이 대구에서 전시된다. 16일까지 예송갤러리 주최로 봉산문화회관 전시실에서 열리는 도예가 길성씨의 작품전. 대(大)이도다완, 이라보(伊羅保)다완, 분인(粉引)다완 등 여러 종류의 다완과 화병, 물항아리, 다기세트, 물잔 등을 선보인다. 2000년 경남 하동에서 이도흙을 발견, 이도흙 한가지로만 작업하고 있는 길씨는 "이도다완은 무수한 기공이 차 속의 독성 성분을 완벽하게 분사시키는 정수 기능이 있다"며 이도다완의 특성을 분석했다.

특히, 중국 자사호와 색과 성질이 같은 점토를 사용했지만 한국적인 소박한 멋이 담긴 자색다기도 눈에 띈다. '길성자색다기'로 불리는 이 작품의 점토는 그가 국내의 무인도에서 발견한 것으로, 무유로 전통 장작가마에서 불을 지펴 만든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는 길씨의 딸인 기정(35)씨도 함께 출품한다. 옹기의 이미지를 현대적 감각으로 표현한 다관, 다기세트, 차호, 물항아리 등을 선보인다. 15일까지 오후 2시, 4시 두 차례 다례시연도 진행할 예정이다. 053)426-1515.

최세정기자 beac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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