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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비야 물렀거라"…'절약왕 명예의 전당' 첫 입성 오순옥씨

"절약은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일상 생활 속의 작은 실천에 습관을 들이는 일이 중요하죠."

에너지시민연대가 지난달 개설한 '절약왕 명예의 전당'에 처음으로 입성한 주부 오순옥(48·여)씨의 강점은 요즘 같은 '고유가'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한다.

고유가 시대를 맞아 에너지 절약에 부쩍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실제 절약을 습관화하기보다 한때 호들갑을 떠는 것으로 보여 진정한 절약생활이 무엇인지 한 수 가르쳐주고 싶을 정도다.

충북 보은군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어린시절 등잔불 밑에서 생활한 오씨의 사전에 '낭비'라는 단어는 아예 없다. 먹을 것조차 풍족하지 않던 시절 오씨의 유일한 즐거움은 강낭콩을 오물오물 씹어 먹는 일이었을 정도라고 하니 오씨의 절약습관은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배양된유전자인 셈이다.

오씨가 절약왕에 오를 수 있은 데는 누구나 생각했을 법한 생활 속의 평범한 지혜가 큰 힘을 발휘했다. 물론 절약이 습관화되지 않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다소 엉뚱하거나 이해하기힘든 생활로도 보일 수 있지만 오씨에게 절약생활은 밥 먹고 잠자는 일상 그 자체였다.

우선 오씨는 여름에 전자 모기향보다 모기장을 좋아한다. 선풍기도 아주 더울때가 아니면 틀지 않는다. 대신 천천히 부채질로 여름 더위를 쫓는 게 습관이 됐다. 세탁기를 돌리고 남은 물을 따로 모아 목욕탕 청소에 사용한다. 집안 조명은 모두 고효율 전구로 바꿨다.

텔레비전을 가급적 보지 않는 것도 오씨 가족의 에너지 절약 방법 중 하나. 오씨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으면 전기를 아끼는 것도 좋지만 가족끼리 대화할 수 있는시간이 많아져 더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오씨의 절약생활은 계절을 가리지 않는다. 겨울에는 보온을 위해 내복 입기와이불에 홑청 덧씌우기 등은 기본. 실내에서는 가벼운 조끼나 실내화, 버선을 신고난방은 가능한 한 최소한으로 절제한다. 절약생활은 오씨의 건강에도 절로 도움이 됐다는 것.

오씨는 "얼마 전 골다공증 검사를 해보니 의사가 튼튼한 뼈를 칭찬하면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느냐고 묻더라"고 말했다. 다섯 남매도 어려서부터 오씨의 절약 습관을 몸으로 익혀 별다른 불평불만이 없다고 한다. 한창 컴퓨터에 빠져있을 고교생들이지만 '30분씩' 제한시간을 스스로 지킨다는 것.

에너지시민연대는 절약왕을 선발하기 위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개월 연속 전기세를 10% 이상 줄인 신청자들을 선발했다. 신청자들의 전력 사용량을 한국전력에 체크한 뒤 가족 수가 줄거나 가전제품 수가 주는 등 외부환경 요인없이 순수히 '절약의지'만으로 에너지 절감을 실천한 지원자들 중에 '최고수'를 꼽았다.

오씨는 "어떻게 그렇게 불편하게, 독하게 사냐고도 하지만 저는 아무 생각없이낭비하고 소비하는 모습을 보면 낭비하고 소비하는 것이 어떻게 저렇게 편할 수 있을까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절약이 처음에는 약간의 불편하게 여겨질지 모르지만 절약이 습관이 되고 느리게 사는 것의 행복함을 알면 불편함이 오히려 즐거움이 된다"면서 특유의 절약론을 내세웠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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