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잠재력은 개발하기 나름이라고 하지만 학교가 학생들의 특별한 재능을 모두 파악해 꼭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도 당연히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뛰어난 재능이 있는 특수한 학생들의 경우에는 선발에서부터 프로그램 마련, 가르칠 교사진의 수준, 다른 아이들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포항과 광양에 모두 14개의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가지고 있는 포스코 교육재단에서는 지난 2001년부터 '특기 적성 우수학생 심화과정'을 통해 여느 학교와는 차별화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다. 소위 '영재교육'을 학교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 재단 내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연계해 기존 영재교육의 한계로 지적되고 있는 교육의 연속성까지 갖췄다. 여기에 포항공대 교수진까지 나서 학생들의 잠재력을 한층 더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포스코 교육재단에서 진행중인 특별한 교육법에 대해 들어봤다.
▲흥미 두 배 심화학습
"쭉쭉 뻗은 소나무들이 다 같은 소나무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세 종류의 다른 소나무들이 섞여 있어요. 각자 관찰해보고 차이점을 말해 볼까요?"
지난 6일 포철동초등학교 과학영재반 학생들은 학교 뒷산의 자연학습장에서 생물 심화학습을 하고 있었다. 지도 교사는 이강화 교장. 학생들은 돋보기를 들고 나무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청진기로 나무가 물을 빨아들이는 소리를 들어가며 '소나무 뜯어보기'에 여념이 없었다. 솔밭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작은 곤충들을 잡아 들여다보는 것도 수업의 일부분.
포철동초의 과학영재반은 지식습득 위주의 영재 프로그램과는 달리 그들만의 방법으로 심화수업을 진행한다. 수업시간에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배우고 지나가는 부분들이 많지만 과학영재반 수업시간에는 직접 관찰하고 실험하는 기회를 통해 과학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교장은 "명칭만 영재반일 뿐 사실 영재수업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며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한 흥미를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수업방식은 수학'영어 등 모든 특성화 수업에 똑같이 적용된다. 속진 학습을 배제하고 원리 학습에 중점을 두다 보니 문제 하나를 놓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재미있는 수업 진행을 통해 학생들이 '공부'라는 강박관념을 떨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영재'에만 얽매이지 않아요
영재교육 하면 보통 수학'과학을 떠올리지만 포스코 교육재단에서는 이를 모든 영역으로 확대했다. 포철동초와 서초, 지곡초 등 3개의 초등학교가 각각 2, 3개의 영역을 나눠 맡아 과학'수학은 물론 언어'외국어'정보'예체능 과목까지 다양한 심화수업을 하고 있다.
'영재'라는 단어에 얽매이지 않으니 선발 방식도 기존 영재교육원과는 조금 다르다. 최종적으로 '시험'이라는 도구에 의존하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시되는 것은 교사들의 관찰. 김헌수 포철서초 과학 교사는 "학생들의 잠재력을 가장 잘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그 학생을 꾸준히 가르쳐 온 교사"라며 "지식 습득을 위한 영재교육이 아니라 생활과 인성 등 아이의 부족한 부분까지 함께 채워줄 수 있는 진정한 재능 개발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화수업을 맡은 강사진의 수준은 어느 영재교육원에도 뒤지지 않는다. 포항공대 교수진이 대거 참여하고 재단의 지원을 통해 외부 강사 초빙도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수학 과목의 경우 러시아에서 이학박사를 초빙해 매주 6개 초'중'고교에서 14시간의 수업을 진행할 정도다.
▲재능은 꾸준히 키워줘야죠
포스코 교육재단에서는 지난 4월부터 '특기적성 우수학생 연계관리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어릴 때 뛰어난 재능을 보이던 학생이 중'고교로 진학하면서 퇴색하는 사례가 많은 데 주목한 것이다. 정현화 교육기획팀장은 "매년 7월과 12월 재단 산하 모든 학교에서 잠재성을 가진 학생들을 발굴해 발달 상황을 데이터베이스로 남기도록 했다"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학생이 받은 교육과 성과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학교가 바뀌더라도 계속 교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철고에서는 AP제도 도입도 추진 중이다. AP(Advanced Placement)는 대학 교과목을 고교에서 미리 이수하고 이를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받는 대학과목 선(先)이수제. 김기용 포철고 교장은 "이미 포항공대와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른 시일 내에 시행할 계획"이라며 "AP제가 도입되면 집중적인 조기 교육을 통해 우수 학생들의 영재성을 키우는 데 한층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사진·이상철기자 find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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