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독서신문/'가시고기' '아버지'를 읽고

비교서평-색깔 다른 두 아버지의 사랑

아이가 마음에 안 든다며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를 한강에 빠뜨리고 아버지가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뉴스에서 흔하게 들려온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부모와 자식간의 사랑마저도 메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세태 속에서 소설 '가시고기'와 '아버지'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가슴으로 깨닫게 해준다.

"가시고기는 이상한 물고기입니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들을 낳은 후에 어디론가 달아나 버려요. 알들이야 어찌되든 상관없다는 듯이요. 그럼 아빠 가시고기가 혼자 남아서 알들을 먹으려고 달려드는 다른 물고기들과 목숨을 걸고 싸운답니다.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으면서 열심히 알들을 보호하는 거예요. 알에서 깨어나 무럭무럭 자라난 새끼들은 어느 날 엄마처럼 제 갈 길로 떠나버리죠. 그리고 홀로 남은 아빠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처박고 죽어버린답니다."

'가시고기'는 백혈병에 걸린 다움이의 절망과 희망 그리고 다시 좌절을 넘나드는 생활과, 그런 다움이를 마치 가시고기처럼 헌신적인 사랑으로 지켜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아버지는 다움이의 치료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엄청난 부성애를 가진 사람이다. 그가 살아가는 이유는 오직 다움이의 건강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 아이를 위해 아버지로서 마지막으로 무엇인가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다는 그것이 마음의 전부라는 다움이 아빠의 말을 읽었을 때 가슴이 아려왔다. 나는 지금까지 어떻게 행동해 왔던 걸까? 나에게서 아빠는 언제나 내 투정, 짜증을 받아주고 힘든 일을 하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어느 날 갑자기 췌장암이라는 죽음의 선고를 받은 한 평범한 가장이 자신의 삶의 마지막을 정리해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딸의 대학 입학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35라는 숫자에 관한 모든 사소한 것에조차도 항상 신경을 썼던, 딸의 편지를 받아 들고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죽음의 선고를 받고서도 자신이 죽은 후의 가족들의 삶을 생각하는 아버지. 아버지 정수는 항상 서투른 몸짓이지만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고 있었고, 그런 아버지가 살아가는 이유는 오직 가족이었다. 그런데도 가족들은 아버지에 대해 무심하기만 했고 마지막에 그들에게 남은 것은 후회뿐이었다. 항상 곁에 있기에 느끼지 못하는 것이지만 그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뒤늦은 후회를 하는 존재가 가족인가보다. 더 이상 마음을 숨기지 말고 조금만 용기를 내서 아버지에게 사랑을 표현해 보는 건 어떨까?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이지만 아버지들은 괜찮다 하면서도 외롭고 두 어깨는 언제나 무겁고 또 지쳐있다. 그런데도 우리들은 아버지란 존재에 대해 대부분 무관심하다.

사람에게서 받는 가장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은 뭘까? 사람들은 흔히 미워하는 마음이라고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받는 무관심과 그로 인한 지독한 외로움이다. 미워하는 마음의 바탕에는 관심이 깔려 있어 그 마음은 바뀔 수가 있지만, 무관심은 아예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무관심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고통이다. 그것이 가까운 사람이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서라면 그 고통은 더욱 큰 것이리라.

가시고기와 아버지는 닮은 점이 참 많은 작품이다. 가시고기에서 그리는 아버지의 사랑은 자식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의 생명조차도 포기할 수 있는 무모하다고 생각될 만큼 끝없는 희생적인 사랑이다. 반면 아버지의 주인공 정수의 사랑은 서툴고 표현도 한 번 제대로 못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묵직한 사랑이다.

항상 자기 자신보다는 가족들을 먼저 생각하는 아버지. 그 방법이 때론 서툴고 어설프더라도, 표현하는 방법이 달라도 그것은 모두 아버지의 위대한 사랑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소영기자(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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