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앞당긴 매체라 할 수 있다. 기존 언론에 많이 다뤄지지 않는 시민의 목소리를 담고, 시민운동의 중심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들의 이 같은 기회 얻기는 사이트에서뿐 아니라 수많은 게시판을 통해서도 이뤄진다. 그래서 인터넷은 기존 언론의 장벽을 넘어 소시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새로운 매체로 떠오르게 됐다. 이런 토론 문화는 1980년대 후반부터 일기 시작, 점차 활기를 띠면서 새 형태의 '공공 담론의 장'으로 기대를 모아 온 건 당연한 일이다.
◇ 하지만 인터넷의 이 같은 역할은 사용자들의 권리의식 못잖게 책임의식을 요구하고 있다. 인터넷에 올려지는 글들은 대개 필자의 이름이나 정보의 출처를 밝히지 않은 익명의 글들이게 마련이다. 이 때문에 사이버 공간에선 토론 활성화 순기능의 다른 한편으로는 익명성을 방패로 삼아 거짓 정보를 유포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며, 폭력적'도발적 언어들이 난무하게 되기도 한다.
◇ 인터넷에 특정인 비난의 '가짜 뉴스'가 나돌고, '댓글'을 유도하는 등 폐해가 잇따른다고 한다. 사이버 폭력이 급기야 악의적인 내용을 기사처럼 가장하는 단계까지 이른 셈이다. 포털 뉴스 게시판 등에 가짜 기사들이 오른 뒤 댓글이 이어지고, 피해 당사자들이 해명에 곤욕을 치르는 해프닝이 일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 경찰청 '사이버 테러 대응 센터'는 지난 4월부터 석 달 간 폭력행위를 집중 단속한 결과 3천221건이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이 중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295명을 구속하고, 2천926명을 불구속 입건한 모양이다. 더구나 사이버 폭력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3%가 늘고, 명예훼손 사범은 2.7배나 증가했다니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폭력의 유형도 개인정보 침해, 명예훼손, 협박'공갈 순이라고 하니 기가 찬다.
◇ 익명성은 동전의 앞뒷면과 같으며, '익명의 문화'는 그 사회 사람들의 수준을 말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누군가 인터넷 글쓰기의 가이드라인을 '세상 바꾸기보다 알리기에' '거듭 신중한 생각 뒤에' '정직하고 정확하게'로 집약한 바 있다. 동감이다. 사이버 공간은 이미 좋든 싫든 우리의 구체적인 현실이므로 네티즌은 결코 가상현실의 유령이 아니다. 인터넷을 이젠 더 이상 광기와 언어폭력에 방치해서는 안 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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