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을 못찾아 애를 태웁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금방 그만둬 버리니, 기술 축적은 꿈도 못 꿉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 부품을 생산하는 성림첨단산업(주) 영천공장 이래현 공장장은 도금관련 생산직 근로자 5명을 구하러 11일 오후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를 찾았다. 중소 제조업체와 실업계 고교졸업생과의 만남 행사에 참석한 것.
이 공장장은 "지역에서 지원자가 없어 외국인 근로자를 쓰고 있지만 인력난을 해소하진 못하고 있다"며 "현장 면접을 통해 생산직 근로자를 선발하려고 왔다"고 했다. 이 업체는 인력 확보를 위해 영천에서 대구까지 통근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청년 실업자의 대다수가 일자리가 없다며 아우성이지만 정작 생산현장의 업체들은 일할 사람이 없어 공장을 세워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 업체에 인력을 공급해왔던 실업계 고교 졸업생마저 대학진학을 선호하는 바람에 생산 현장의 구인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대구종합고용안정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지금까지 센터에 구인 등록을 한 업체는 2천140개. 필요 인력만 5천790명에 이르지만 대부분 생산, 현장직이다보니 이들 업체에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는 거의 없다.
실제 이날 행사에 참가한 조일공고 졸업예정자 227명 가운데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은 94명 뿐이었다. 취업희망자 중에서도 5~10% 정도만이 취업에 뛰어들고 나머지 대부분은 대학 진학으로 선회한다는 것이 학교 관계자의 말이다.
정모(19·전자과)군은 "2학기 현장실습을 위해 취업을 하지만 평생 일자리를 얻겠다는 친구들은 드물다"며 "저임금에 힘든 일이다보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아니고서는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서라도 대학 문을 두드리게 된다"고 했다.
올해 초 대구의 한 실업계고를 졸업한 박모(20)씨는 반년 가까이 편의점과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업할 생각으로 달성공단의 자동차 부품 회사에 현장실습을 나갔다 중도에 그만두었다. 박씨는 "집에서 공장까지 거리가 먼데다 자재 나르기나 잔심부름, 청소가 고작이었다"며 "적은 임금에 일도 가르쳐 주지 않고 무시만 당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당분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돈을 모아 대학에 진학하겠다고 했다.
고용안정센터 김상동 팀장은 "구직자와 구인자의 눈높이가 서로 달라 생산 현장은 해가 갈수록 취업 기피현상이 심해지고 있다"고 했다.조일공고 실업부 취업담당 김재선 교사는 "대기업과의 임금격차가 크지 않은 중견기업을 육성하고, 정부가 직업학교를 운영해 직접 젊은 기술인력을 양성, 취업까지 시키는 시스템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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