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죽어가는 산·산·산-(2)복구도 엉터리뿐

복토'식목 시늉만…낙석 방지시설 엉성

산은 개발 뒤 반드시 복구를 해야 한다. 법도 그렇게 하라고 했다. 하지만 산은 파먹고 난 누더기 그대로다. 취재팀이 둘러본 채광, 채석장의 복구 상태는 대충 축대를 쌓고, 나무 몇 포기 심은 땜질식이 대부분이었다.

◇엉터리 복구 1

청도읍 초연리 채석장은 1990년대 초부터 10년간 돌을 캐다 3년 전 복구를 마친 곳이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복구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진창"이라고 분개했다.

채석장은 폭 120m, 높이 50m에 이르는 절개지가 한눈에 봐도 수직이었고, 겨우 높이 10m 정도만 흙으로 덮어 놓았다. 무성한 잡초 더미 여기저기에 폐타이어와 콘크리트 조각들이 버려져 있었고, 공터 한가운데 어지럽게 널린 기름통에서는 폐유가 흘러내려 토양을 시커멓게 오염시키고 있었다. 균열된 수직 암벽 곳곳엔 빗물이 스며들어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낙석 방지를 위해 씌운 그물망은 절개지의 10%도 가리지 못해 금방이라도 바위 덩어리가 굴러 내릴 것 같았다.

문경 대야산 자락의 채광산은 10년 전 문을 닫은 곳. 4만2천여 평의 산을 파헤쳤지만 복구라곤 토석 더미 유실을 막기 위해 더미 아래 급경사면 일부를 계단식 돌축대로 쌓은 것뿐이다. 복구 핵심인 절개지와 야산만한 토석 더미는 복구 자체가 불가능한 형편이다. 광산이 예치한 복구비는 6억1천800만 원. 하지만 광산의 한 관계자는 "30억~40억 원을 투입해야 광산을 제대로 복구할 수 있다"고 했다. 영주국유림관리소는 당초 복구비로는 제대로 된 복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광산 측에 토석 매각을 허용하는 대가로 1억4천만 원을 추가로 예치토록 했다. 하지만 주민 반대에다 광산 측의 불법 행위로 토석 매각을 해지한 상태다.

◇엉터리 복구 2

봉화 재산면의 한 석회석 폐광산은 엉터리 복구의 전형을 보는 듯했다. 역시 50m 높이의 수직 절개지는 채광한 그대로였고, 광산 아래 유실과 붕괴를 막기 위해 축대를 만든 것이 고작이었다. 축대도 부실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축대는 계단식으로 쌓아야 하지만 비탈식으로 돌을 쌓고, 그 위에 잔디와 나무를 듬성듬성 심어놨다. 특히 폭 50m는 족히 넘는 하천이 굽이쳐 도는 곳과 축대가 맞닿아 큰물이 범람할 경우 유실될 우려가 컸다.

또 채광 후 남은 광산 옆 토석 더미의 경우 광산이 아닌 농지에 전용해 있다는 이유로 복구 대상에서조차 제외돼 버려져 있었다. 봉화군은 1억800만 원의 복구비를 들인 곳이라고 했지만 현장은 돈 들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수준이었다. 공사원가 계산서에 따르면 재료비, 기계비, 운반비 등 공사비는 22.3%에 불과한 반면 노무비, 관리비 등은 77.7%에 달해 '배'보다 '배꼽'이 훨씬 컸다. 봉화군은 "현장의 공사 상황을 확인 후 복구 대행기관에 준공검사를 내줬지만 예치한 돈에 맞춰 공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군위 효령면의 한 채석장은 지난 4월 1억9천만 원을 투자해 복구를 끝냈다. 수직으로 깎은 절개지는 반만 낙석방지망을 쳐놨을 뿐 채석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절개지 아래는 계단식으로 축대를 쌓은 뒤 잔디, 나무 등을 심었지만 잔디와 나무가 자라기에는 토양이 너무나 척박해 보였다. 군은 돈만큼 공사를 했다고 밝혔지만 역시 수억을 들인 현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공사내역에는 재료비(14.2%)보다 노무비(52.9%)가 월등히 많았다.

◇엉터리 복구, 그 이유는

가장 큰 이유는 복구 비용 절대 부족. 채석 허가기간은 최대 10년까지 가능하지만 아무리 물가가 올라도 복구 비용은 처음 예치금 그대로 변함이 없다. 이 때문에 실제 복구 시점에서는 복구 비용이 한참 모자라 제대로 된 공사가 불가능한 것.

산림청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서야 복구비용 용역을 통해 1년에 한번씩 물가 변동 폭을 반영하고 경사도에 따라 복구 비용을 달리 하고 있다"며 "그 이전에 허가한 채석장들은 앞으로도 제대로 복구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두번째는 복구 기준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 2003년 개정한 산지관리법은 복구설계서 승인기준으로 절개면 수직 높이가 15m 이하여야 하고, 절개면 경사도는 45°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산지관리법 개정 이전엔 계단식으로 개발해야 한다는 복구 지침이 전부였다. 한 사업자가 적당히 수직으로 개발하고, 계단을 만들 때쯤 다른 사업자에게 채석 허가권을 넘기거나 부도가 나면 뒷 사업자들도 똑같은 수법으로 돌을 캐 왔다는 것이다. 결국 수직 절개지만 남았고 엉터리 복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있으나마나 한 하자보수 규정도 한 원인. 복구 후 5년 간은 하자보수 청구가 가능하지만 시·군마다 담당 공무원은 1명뿐이어서 체계적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주 공성면의 한 채석장은 2년 전 복구를 끝내 하자보수가 가능하지만 깊이 1m, 길이 20m의 두 군데 토사가 빗물에 붕괴됐고, 아무런 사후조치 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시·군은 해당 지역 산림조합에 복구공사와 하자보수를 대행시키고 있다"며 "그러나 대부분의 시·군은 산림조합의 복구 설계서를 아무 검토 없이 바로 승인하거나 하자보수 여부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획탐사팀 이종규·이상준기자 사회2부 장영화·정창구·이희대·마경대·엄재진기자

사진 : 최근 복구했다는 한 채석장. 낙석방지망이나 나무와 잔디를 심은 계단식 축대가 엉성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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