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골프대회로 최고(最古)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골프대회(총상금 730만달러)가 14일(한국시간) 오후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의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72.7천279야드)에서 4일간 열전에 돌입한다.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운영하는 브리티시오픈골대회의 공식 대회 명칭은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오픈대회'라는 뜻으로 '디 오픈(The Open)'이다.
1860년 12홀짜리 프레스윅골프장에서 8명의 선수가 참가해 3라운드로 첫 대회를 연 브리티시오픈은 145년 동안 1,2차 세계대전 기간을 포함해 12차례만 열리지 못했을 뿐 오랜 전통을 이어왔다.
이 때문에 브리티시오픈은 여느 대회와는 격이 다른 대접을 받고 있고 골프 선수라면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은제 술주전자(클라레저그)를 안아보는 것이 평생 소원이다.
미국프로골프(PGA), 유럽프로골프(EPGA) 등 양대 투어 대회를 겸하고 있으며 PGA 투어에서는 시즌 세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자에게는 130만달러의 엄청난 거금과 함께 '디오픈 챔피언'이라는 명예가 평생 따라 다닌다.
하지만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대회인만큼 출전 자격도 쉽게 얻기 어렵다.
156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128명은 영국왕립골프협회R&A)가 정한 자격을 갖춘 자동출전권자이며 나머지 28자리는 세계각국에서 몰려든 선수들이 예선을 치러 나눠 가졌다.
자동출전권자는 역대 챔피언 및 다른 메이저대회 우승자와 미국, 유럽, 일본, 캐나다, 호주, 아시아 등 주요 골프투어 상금랭킹 상위 선수 등으로 채워졌다.
올해는 대회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선수 3명이 한꺼번에 브리시티오픈 무대를 밟는다.
올해로 6번째 출전인 최경주(35.나이키골프)는 PGA 투어 상금랭킹으로 출전권을 땄고 허석호(32와 양용은(33.카스코)은 일본프로골프투어 상금랭킹 상위권에 들어 출전권을 따냈다.
브리티시오픈만 갖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회 장소로 링크스코스만을 고집한다는 점이다.
바다를 끼고 있는 황량한 벌판에 자연 환경을 그대로 살려 조성한 링크스코스에서 선수들을 가장 괴롭히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방향을 바꿔가며 불어대는 바닷바람과 좀체 탈출이 어려운 항아리형 벙커.
게다가 좁다란 페어웨이를 에워싸고 있는 무릎 높이의 거친 러프와 단단하고 빠른 그린은 공포의 대상이다.
이번 대회 개최지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바로 골프의 발상지이자 골퍼라면 평생 꼭 한번 가봐야할 '성지(聖地)'나 다름없는 곳.
500년의 역사를 지닌 올드코스는 링크스코스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번 대회를 대비해 전장(全長)을 늘려 까다로움이 더해졌다.
SBS골프채널은 14∼17일에 매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30분까지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우승 후보
세계 최고의 선수만 골라 출전시키는 때문에 우승 후보를 미리 점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구나 지난 2003년 벤 커티스(미국),그리고 작년 토드 해밀턴(미국) 등 최근 2년간 우승자는 철저한 무명 선수들이었다.
이 대회에 앞서 열린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도 역시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마이크 캠벨(뉴질랜드)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기에 우승자 예상은 '점쟁이'도 자신이 없다.
그러나 역시 골프팬들의 시선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황태자' 어니 엘스(남아공), 그리고 비제이 싱(피지)과 필 미켈슨(미국) 등 '4룡'에 모아진다.
이들 가운데 전문가들이 꼽는 우승 후보 0순위는 역시 우즈.
특히 우즈는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 열렸던 지난 2000년 19언더파 269타라는 경이적 스코어를 작성하면서 우승컵을 차지한 적이 있어 이 코스에서는 자신감이 더하다.
마스터스 제패로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9개로 늘린 우즈는 도박사들이 예상한 우승 확률 1위이기도 하다.
우즈는 연습 라운드를 치른 뒤 "이곳에서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면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2000년 준우승, 2001년 3위, 그리고 2002년 우승, 그리고 작년 준우승 등 해마다 ) 브리티시오픈에서는 순위표 상단에 이름을 올렸던 엘스도 강력한 우승 후보.
유럽을 주무대로 삼고 있는 엘스는 링크스코스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브리티시오픈 우승 경험이 없는 싱과 미켈슨 역시 커리어그랜드슬램 완성을 위해 올해는 반드시 정상에 서겠다는 포부를 안고 출사표를 던졌다.
두 선수 모두 올해 기복 없는 성적을 내고 있다는 '일관성'에서 큰 점수를 얻고 있고 우즈에 대한 공포심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도 우승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밖에 US오픈을 두차례나 우승한 '파메이킹의 대가' 세계랭킹 5위 레티프 구센(남아공)과 창조적인 샷으로 '빅5'의 자리를 노리고 있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도 무시할 수 없는 강호들이다.
이와 함께 커티스, 해밀턴, 그리고 캠벨에 이어 '인생 역전'을 이뤄낼 '언더독'이 또 한명 탄생할 지도 관심사다.
또 이번 대회에는 '황금곰' 잭 니클로스(미국)가 브리티시오픈 고별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 대회를 3차례나 우승한 니클로스는 올해 대회를 끝으로 더 이상 브리티시오픈에 나서지 않겠다고 선언, 올드팬들은 니클로스의 마지막 플레이를 보기 위해 몰려들고 있다.
니클로스는 브리티시오픈 3승 가운데 2승을 세인트앤드루스에서 거뒀다.
◇5년마다 대회 여는 단골 개최지 세인트앤드루스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골프의 발상지이자 R&A 본부가 위치한 세계 골프의 성지(聖地).
브리티시오픈은 1회부터 12개 대회 연속 프레스위크링크스에서 열렸지만 13회째 인 1873년 대회를 연 이후 세인트앤드루스는 브리티시오픈 최다 개최지라는 영예를 굳게 지키고 있다.
8개 링크스코스를 정해놓고 해마다 코스를 바꾸는 R&A가 이곳 '골프 성지(聖地)'에서 반드시 5년마다 한차례씩 브리티시오픈을 열도록 내규를 정했기 때문.
이같은 '특별대우' 탓에 세인트앤드루스는 올해 대회를 포함해 모두 27차례나 브리티시오픈을 열게 됐다.
프레스윅(24차례), 뮤어필드(15차례) 등 스코틀랜드 명문 링크스코스를 멀찌감치 따돌리고 '단골 개최지'의 명성을 다지고 있다.
올드코스 역시 링크스코스의 특징대로 바로 바닷가를 끼고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선수들은 맞바람과 뒷바람, 옆바람 등 종잡을 수 없는 방향에서 불어오는 강풍이 선수들을 괴롭힌다.
올드코스는 또 무려 112개에 이르는 항아리 벙커가 배치되어 있어 선수들의 간담을 졸인다.
키가 190㎝나 되는 엘스가 들어가도 정수리 부분만 겨우 보일 정도로 깊은 벙커에 빠지면 단번에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5년전 대회 때 우즈에게 19언더파라는 메이저대회 사상 최저 스코어를 허용한 뒤 절치부심, 코스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 난이도가 한결 더해졌다.
5개 코스를 개조해 전체적으로 164야드 가량 길이를 늘린 올드코스의 변화는 2번홀(파4)부터 시작된다.
2번홀(파4.435야드)은 티박스를 무려 40야드나 뒤로 물린데다 티샷을 할때 그린이 보이지 않게 됐다.
4번홀(파4.480야드)은 16야드가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체공거리가 290야드를 넘어야 페어웨이에 공을 떨굴 수 있다.
코스를 늘릴 공간이 부족하자 R&A는 다른 코스 뿐 아니라 OB 구역 바깥에 티박스를 설치해 코스 공략이 지난 2000년과 딴판이 되도록 만들었다.
선수들은 "코스가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면서 "뿐만 아니라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어느 정도 강도가 부느냐에 따라 코스 공략을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며 바뀐 코스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우승자 1명에게 겨우 언더파스코어를 내주던 브리티시오픈의 전통이 다시 살아날 지에 눈길이 쏠린다.
◇세인트앤드루스에서 휘날리는 태극기
브리티시오픈은 메이저대회 가운데 한국 골프와는 가장 오랜 인연을 맺고 있다.
1973년 김승학 한국프로골프협회 고문이 초청선수로 출전해 인연이 시작된 브리티시오픈과 가장 친숙한 선수는 최경주.
98년, 99년 2년 연속 출전한데 이어 2002년부터 4년 연속 이 대회에 모습을 드러내 이번이 벌써 6번째다.
작년 대회에서 최경주는 공동16위에 올라 한국 골프의 브리티시오픈 47년 도전 사상 최고 성적을 올려 올해는 '톱10'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최경주는 "브리티시오픈이 열리는 링크스코스는 이제 낯이 익다"면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는 처음이지만 해마다 성적이 나아지고 있어서 예감이 좋다"고 전해왔다.
다만 2주일 전 손목을 다친 바람에 컨디션이 100%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올해 일본 무대에서 2승을 거둔 허석호는 지난 2003년 브리티시오픈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대회 막판 경험 부족으로 중위권으로 추락했지만 허석호는 "이번이 3번째라서 경험 부족은 이제 문제될 수 없다"며 '톱10' 입상을 목표로 내걸었다.
지난달 US오픈에 출전했던 양용은 역시 "경험을 쌓는다는 겸손한 생각"이라면서도 "세계무대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만들어보겠다"고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최경주, 커플스와 동반 플레이
대회조직위가 발표한 조편성에 따르면 최경주는 '미국의 자존심' 프레드 커플스, 그리고 다카야마 다다히로(일본)과 함께 1, 2라운드를 치른다.
최경주의 티오프 시간은 14일 오후 10시31분.
허석호는 14일 오후 5시20분 잭 존슨(미국), 장-프랑소와 르므지(프랑스) 등과 1라운드를 시작하고 양용은은 14일 오후 6시26분 티오프한다.
이밖에 우즈는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 로버트 앨런비(호주) 등과 함께 같은 조로 14일 오후 4시20분 경기에 나서고 엘스는 대런 클라크(북아일랜드), 프레드 펑크(미국)을 동반자로 삼아 14일 오후 8시25분 티샷을 날린다.
미켈슨은 14일 오후 8시58분 이안 폴터(잉글랜드), 트레버 이멜만(남아공)과 경기를 시작하며 싱은 '빅4' 가운데 가장 늦은 시간인 14일 오후 9시42분 마루야마 시게키(일본), 짐 퓨릭(미국)과 함께 1라운드에 나선다.
니클로스의 역사적 고별전 무대는 14일 오후 3시47분 시작되며 동반자는 톰 왓슨(미국)과 루크 도널드(잉글랜드)다.
◇우승자에겐 은제 술주전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브리티시오픈은 우승자에게 '컵'이 아닌 '주전자'를 준다. 프랑스 보르도산 적포도주를 담는 술주전자라는 뜻의 '클라레 저그'는 1873년부터 우승자에게 수여되어 왔다.
원래 브리티시오픈 우승자는 은제 버클이 달린 붉은색 모로코산 가죽 혁대를 받았으나 3회 연속 우승자에게 영구 소유권을 준다는 규정을 만들었다가 1870년 대회 3연패를 달성한 톰 모리스(영국)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이듬해 트로피없이 대회를 치른 브리티시오픈은 1872년 아무 가게에서 급히 구입한 메달을 우승자에게 주는 촌극을 벌였다가 1873년 '클라레 저그'가 만들어져 1세기가 넘도록 챔피언의 상징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러나 우승자는 '클라레 저그'를 시상식 때 한번 만져 볼 뿐 제작비가 10만원도 안되는 복제품을 받아 집으로 가져갈 수 있고 그나마 1년 뒤 다음 챔피언에게 주기 위해 반납해야 한다.
진품을 보관하고 있는 영국왕립골프협회는 다만 우승자에게는 자비를 들여 복제품을 만들어 보유하는 것은 허용한다.
우승 혁대를 영구 소유했던 모리스는 대회 최연소 우승 기록과 최연소 출전 기록(17세5개월8일)을 동시에 갖고 있으며 최다 연속 우승(4연패) 기록의 주인이기도 하다.
또 모리스의 아버지 톰 모리스 시니어는 최고령 우승 기록(46세99일)과 최다 타수차 우승 기록(13타차)을 갖고 있는 등 2대에 걸쳐 브리티시오픈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대회 최다 우승 기록은 해리 바든(영국)이 세운 6회. 6차례 우승을 거두면서도 2연패는 1차례 뿐이었던 전설적 골퍼 바든은 현재 PGA 투어가 시즌 평균 최저타수 선수에게 주는 '바든트로피'를 통해 후배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미국 선수로서 이 대회에서 최다승을 거둔 선수는 5회 우승한 톰 왓슨이며 잭 니클로스(미국)는 브리티시오픈에서 3차례나 우승을 차지했지만 최다 준우승 기록(7회) 보유자가 되는 아픔도 겪었다.(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