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소문만 믿고 투자하다간 '악마의 덫'

1종·2종 주거지역까지 재건축 투기 바람

"기획부동산업체가 놓은 덫에 걸려들지 마세요."

이른바 기획부동산업체들이 대구시 도시계획상 고층 아파트 건축이 되지 않는 지역에 재건축이 가능한 것처럼 헛소문을 퍼뜨리는 수법 등으로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최근 수성구 등지의 일반주거 '1종'과 '2종 7층 이하 고도제한' 지역에는 기획부동산업체들이 속속 들어와 재건축 소문을 퍼뜨리거나 아파트 건축을 위한 토지 및 주택 매매 동의서를 받고 있고, 여기에 '묻지마' 투자세력까지 가세해 벌써부터 땅값 상승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이들 지역에 대한 '투자 주의보'를 발령하고, 투자자들에게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재건축 추진 미끼로 투자자 유혹

현행 법규상 고층아파트 건축이 불가능한 '1종'과 '2종 7층 이하' 지역에서 기획부동산업체들이 설치는 것은 대구에서 주상복합아파트를 지을 상업용지나 고층아파트를 건축할 수 있는 일반주거 2종 15층~3종 지역이 바닥난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성구와 달서구, 북구 등 아파트 분양성이 있는 대구시내 곳곳에서는 기획부동산업자들이 '1종'과 '2종 7층' 지역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이들은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 중'이라며 지주들을 상대로 매매동의서를 받으면서 해당 지역의 땅값을 크게 올려놓고 있다.

대구에서 건축물 높이를 4층으로 제한하고 있는 일반주거 '1종'이나 7층으로 제한하고 있는 '2종 7층' 지역에서 현재 관련 법규에 아랑곳없이 부동산업체나 시행사들이 아파트사업을 한다며 '땅(지주)작업'에 들어간 곳은 20여 곳에 이르고 있다. 대상 부지가 1만 평 규모일 때 지주는 150여 명선에 달한다.

땅을 작업하는 부동산업체 경우 아파트 사업대상 부지 100%에 대해 매매동의를 받았을 때 매매대금의 10%를 계약금으로 건네며, 그때부터 계약이 유효하다는 내용으로 지주들의 동의를 받는 게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잘못되더라도 부동산업체의 피해는 없다.

재건축을 목표로 한 지역의 경우 애초에 땅을 팔 생각이 없던 지주들을 대상으로 '집을 팔라'고 요구하다보니 지주들은 높은 보상가를 요구하게 되고, 동의가 잘 안 되는 한두 집에 대해 상대적으로 높은 보상가 지불을 약속한 결과 일대의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투기세력까지 뒤늦게 집을 사서 들어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부동산업체들은 '머지않아 층고 제한이 풀려 고층아파트 건축이 가능하다'며 일부 지주들의 동의를 받은 상태에서 손을 접는 경우도 있다. 고층아파트 건축을 위한 교통영향평가심의 등 행정절차를 밟으려 시도한 가운데 사업이 어렵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다른 부동산업체에게 떠넘기고 빠져나간 곳도 생겨나고 있는 것.

◆1종과 2종 7층엔 고층아파트 불가

현재 시행 중인 일반주거지역의 1, 2, 3종별 건축규제는 대구시가 2003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국토법 시행령을 바탕으로 같은 해 11월부터 적용한 것. 특히 도시계획을 수립한 지 5년 내에는 도시계획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도시관리계획수립 지침'으로 인해 2008년 11월까지는 그 누구도 손을 댈 수 없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도시계획은 도시의 과밀화 방지와 함께 쾌적한 주거환경과 균형개발, 토지의 효율적 개발 등을 위해 정한 것으로 집단민원이 분출된다고 해서 바로바로 풀고 묶고 할 사안이 아니다"며 "특히 건축물의 최고고도제한은 전문가들이 도시의 백년지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한 것으로 일반적인 종 구분과는 차원이 다르며, 이는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풀 수 없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내년도 도시계획 재정비 때 고도제한지구가 풀릴 것이란 설에 대해서도 "도시관리계획수립 지침상 도시계획을 수립한 지 5년 내에는 도시계획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내년도 도시계획 재정비 때 반영한다는 소문은 사실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대구에는 지난 2001년 이후 아파트가 과잉공급된데다 아직은 택지가 부족한 상태가 아닌데도 아파트가격이 급등하는 등 최근 부동산시황을 볼 때 5년 기한이 끝나는 2008년에도 조정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시내 일반주거지역은 △1종(4층, 높이 9.8m이하)=16.85㎢(18.6%) △2종 7층=24.41㎢(26.9%) △2종15층=22.9㎢(25.2%) △3종 20층=4.01㎢(4.4%) △3종 무제한=22.62㎢(24.9%) 등으로 구분돼 있다.

◆피해 우려

이처럼 관련 법규나 대구시의 방침을 감안하면 '1종'과 2종 7층' 지역에서의 고층아파트 건축은 향후 인·허가 자체가 안 된다고 봐야 한다. 특히 최근 들어 수성구 등 대구 전역의 아파트 신규 분양가가 오르면서 너도나도 투자에 가세하고 있는데다 대구 전역이 분양권 전매가 계약으로부터 1년 후에나 허용되는 투기과열지구로 돼 있고 동·북·수성·달서구 등이 주택을 팔 때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는 투기지역으로 묶여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아파트건축 관련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 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진 지역에서 막상 안 된다는 결론이 날 경우 피해가 불가피하다. 재건축 기대감에 쌓였던 지주들이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투자를 위해 뒤늦게 비싸게 주고 집을 매입한 사람이나 높은 보상가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금융기관 대출이나 친·인척 돈까지 끌어와 이미 오른 가격에 집을 추가 매입한 사람들의 줄피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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