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연기 전업·솔로 활동 흔들리는 '여성그룹'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여성 가수 그룹들이 흔들리고 있다. 핑클, 베이비복스, 샤크라, 슈가 등 각 여성 그룹의 멤버들이 잇달아 소속사를 옮기거나 솔로 활동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 이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데뷔, 10대 청소년 팬들의 열화와 같은 지원을 바탕으로 가요계의 주 흐름을 형성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팀에서 빠져나온 가수들은 대부분 연기자로 전업을 시도하거나 솔로 가수로 활동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상태.

중화권에서 한류스타로 명성을 떨친 베이비복스의 윤은혜는 최근 팀을 탈퇴, 연기자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심은진이 계약만료로 팀을 탈퇴하며 한때 해체설이 파다했던 베이비복스는 윤은혜의 탈퇴로 팀의 존폐를 걱정할 처지가 됐다. 이에 따라 5인조 그룹이었던 베이비복스에는 김이지와 간미연, 이희진 등 3명만 남게 됐다. 심은진이 탈퇴한 후 베이비복스 소속사인 DR뮤직은 중국인 멤버를 영입해 5인조로 재구성하려 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1990년대 후반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4인조 인기 그룹 핑클의 멤버 이진과 성유리도 연기자 변신을 선언하며 각자 새로운 소속사로 둥지를 옮겼다. 이진은 지난 6일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소속사였던 DSP엔터테인먼트를 떠나 한채영, 조현재, 수애 등이 소속된 스타제이엔터테인먼트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고 전했다. 지난달에는 성유리가 싸이더스HQ로 소속사를 옮겼다. DSP측은 "소속사는 다른 곳으로 옮겼어도 성유리는 핑클의 성유리다. 진행 중인 디지털 싱글 앨범은 물론 앞으로 핑클로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에는 변함없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3년 동안 그룹 활동이 없었던 핑클이 오랜만에 발표하는 디지털 싱글 활동을 뮤직비디오로 대체한다는 것은 해체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 밖에 4인조 그룹 샤크라의 경우 려원이 일찌감치 탈퇴, '안녕 프란체스카',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하며 연기자로 완전히 유턴했고, 슈가 역시 멤버 정음이 연기자로 개인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국내보다 일본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여성 댄스그룹 멤버들이 변신을 거듭하는 1차적인 이유는 음반시장의 극심한 불황 때문이다. 외적인 화려함만 앞세운 그룹 활동으로는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다는 계산에 따라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가수가 늘고 있는 것. 가요계가 라이브와 음악적 실력에 무게 중심이 실리는 환경으로 변화한 것도 이유다. 때문에 요즘 데뷔하는 신인 그룹들은 아예 처음부터 연기자, MC 등 다른 분야까지 섭렵하는 '멀티 플레이어'로 결성되기도 한다. 남성 5인조 그룹 SS501과 HIM, 4인조 에어라이즈 등이 대표적. SM엔터테인먼트가 조만간 선보일 남성 12인조 그룹 속에도 개그맨·MC·연기자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팬들의 요구나 바람은 무시한 채 가수나 기획사의 철저한 상업적인 이유로 팀 해체나 유명무실한 활동, 잦은 멤버 이탈, 장기간의 공백이 거듭되면 결국 팬들의 외면을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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