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 영화> 여고괴담 4

밤늦게 음악실에서 노래연습을 하고 있는 여고생 영언(김옥빈). 영언의 노래 속에는 낯선 목소리의 화음이 담겨 있다. 공포에 질려 뛰쳐나온 복도. 여전히 그곳에는 누군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마치 깊은 잠을 잔 듯, 다음날 아침 눈을 뜬 영언.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하다. 아무리 말을 걸어도 반 친구들은 대꾸를 하지 않고, 마치 그곳에 없는 것처럼 영언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다. 누군가를 만지려고 해도 이들은 자신의 몸 속을 통과해버릴 뿐, 영언은 마음대로 학교 밖을 벗어날 수 없는 처지다. 왜 죽었는지, 누가 죽였는지 기억하지 못한 채 영언은 귀신이 되어 있고, 이제 학교 안을 외롭게 떠돌아다녀야 한다.

한국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열었던 '여고괴담' 4편 '목소리'의 줄거리다. 영화는 귀신에 대한 동정과 궁금증에서 시작된다. 시리즈의 전작들과 달리 영화 속 화자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여고생 귀신이다. 왜 죽었는지, 누구에 의해 죽었는지 기억이 남지 않는 그녀. 영화는 관객들을 죽은 그녀에 동화시키며 시리즈 중 가장 슬프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가진 공포물로 탄생했다.

전편들이 왕따(1편), 여고생 간의 우정과 애정(2편), 입시 경쟁(3편) 등을 중심에 내세웠다면 4편에서 전면에 등장하는 모티브는 죽은 영언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목소리'다. 이 목소리를 알아듣는 유일한 존재는 그녀의 단짝 친구 선민(서지혜). 하지만 선민 역시 자신에게만 들리는 귀신의 목소리가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다. 선민은 두려움과 연민 속에 영언과 대화를 나누며 그녀의 죽음에 감춰진 비밀들을 함께 찾아나선다. 최익환 감독의 데뷔작으로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등 신인 여배우들의 첫 영화다. 15일 개봉. 104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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