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사임 여부를 놓고 위기에 빠졌던 필리핀 정국이 사임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가톨릭계의 입장 표명 이후에도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 사임'을 대체할 이슈로 '대통령 탄핵'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주 아로요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했던 필리핀 야당 일각에서 대통령 탄핵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12일 전했다.
야당은 특히 아로요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13일 아로요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가두시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주요 인사들은 시위에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2일부터 시내 중심가에서 간헐적인 집회를 갖기도 했다.
13일의 시위가 여론의 지지를 얻어 대규모로 전개될 경우 필리핀 정국은 새로운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외교소식통들은 전망했다. 필리핀 경찰은 시위에 대비, 비상 대응에 착수했다. 경찰 수뇌부는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재확인했으며, 아로요 대통령은 국민을 상대로 정치적 위기 극복에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다.
아로요 대통령은 반대 세력의 퇴진 압력에서 합법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의회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는 것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필리핀 상·하원은 집권당이 장악하고 있어, 탄핵을 추진해도 이변이 없는 한 아로요의 승리가 예상된다.
개신교 일부 인사들도 현 정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통령 탄핵방안을 지지하기로 했고, 마르 록사스 상원의원도 탄핵 절차를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아로요 대통령에 대한 사임에 초점이 맞춰졌던 정국이 점차 탄핵 등 다른 이슈로 분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파 간 힘겨루기가 며칠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과 아로요 대통령의 연정 파트너인 민주당의 프랭클린 드릴런 당수 겸 상원의장은 아로요의 사임이 현 시점에서 정치 위기를 극복할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아키노 전 대통령은 지난 8일에 이어 11일에도 공개적으로 아로요 대통령의 사임과 부통령의 대통령직 승계를 재촉구하고 나섰다. 드릴런 상원의장도 "아로요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부 재계 인사들은 가톨릭 주교단의 결정 이후에도 아로요 사임 요구를 거듭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군부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 입장을 확인하면서 반군의 마닐라 주요시설 공격 등 무장세력의 발호에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선 과정 의혹이 담긴 테이프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으며 아로요 대통령의 사임을 요구하는 의견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필리핀 상원은 12일 아로요 친인척이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사건을 규명하기 위한 이른바 ' 주에텅(Jueteng) 청문회'를 진행했다.
외교소식통들은 "야당의 시위와 의회 청문회 등 새로운 변수가 돌출하고 있어 필리핀 정국의 향방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아로요 대통령은 일단 시간을 벌면서 오는 25일 의회 개회 기념사를 통해 대선 의혹과 탄핵, 개헌 문제 등 주요 정치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닐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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