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관중 무료입장이 특이해서 내려왔지. 주최측이 고교야구에 신경을 많이 써 줘서 고마워~."
제27회 대붕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리는 대구시민야구장 지정석에는 남루한 복장의 한 노인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자리를 잡고 있다. 서울 동대문야구장의 기인 1호로 불리면서 세칭 '야구박사'로 통하는 최기주(64.사진)씨가 그 주인공. 최씨는 지난 10일 대구에 내려와 왼손엔 기록지를, 오른손에 펜을 들고 지금까지 한 경기도 빼놓지 않고 기록을 하고 있다.
어린 나이에 고아가 돼 평생을 혼자 살면서 46년 동안 동대문야구장에서 아마야구 기록을 해 온 최씨는 아마야구계에선 유명인사로 통한다.
대붕기를 찾은 것은 이번이 3번째. 2001년 용마고가 우승할 때와 2003년 대구고가 우승할 때 내려와서 준결승부터 지켜봤다는 최씨는 대회 초반부터 기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작은 체구지만 또렷한 발음을 구사하는 야구박사 최씨는 야구 관련 질문에는 막힘이 없다. 지역 팀인 대구고, 경북고, 상원고의 전력을 묻자 촌철살인(?)의 평가가 이어진다.
"대구고는 기동력과 방망이가 좋은 데 비해 마운드가 약하고, 상원고는 방망이가 약한 데다 과거에 비해 악착같은 맛이 없다. 경북고는 민경태를 제외하고 투수력이 약하고 타자들이 스윙이 커 변화구에 약하다."
그밖에 "이만수는 승부 근성이 대단했고, 장효조는 타격에 비해 수비가 다소 약했다. 이승엽은 지독한 노력형"이라고 덧붙였다.
최씨는 일정한 직업이 없다. 동대문야구장 인근 교회와 식당에서 일을 도와주면서 식사를 해결하고 야구장을 찾은 학부모들의 동정과 격려섞인 용돈으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 야구에 관한 지식과 열정만큼은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대구에 내려온 뒤 몇몇 학부모들이 건넨 용돈으로 밤에는 찜질방을 전전하며 잠자리를 해결하고 있는 최씨는 "지역 대회에는 경비가 많이 들어 생각만큼 자주 내려오지 못한다"고 말했다. 백내장으로 앞으로 4, 5년 이상 기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최씨는 비가 내려 경기가 없었던 11일에는 칠성시장과 시내 일대를 구경했다고 전했다. 최씨는 "전력 평가를 위해 취재하러 다니고 있다"며 "대붕기가 끝나면 화랑기가 열리는 부산으로 내려가 갈 것"이라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창환기자 lc15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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