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민합의 없는 대북 送電은 어불성설

정부는 어제 북한이 핵을 폐기한다면 전력 200만㎾를 직접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것이 그동안 국민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 '중대한 제안'이다. 아직 북한측의 반응이 나오지는 않고 있지만 극심한 전력난과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북한실상을 감안한다면 괜찮은 제안이다.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이미 경수로 건설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그 비용으로 북한이 즉각 핵을 포기 할 경우 대북 송'배전 시설에 착수해 오는 2008년이면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북한의 '핵 포기' 여부다. 전력공급이라는 중대한 제안을 한 정부가 과연 두 말 하지 않도록 북한의 실질적인 핵프로그램 폐기를 완벽하게 얻을 수 있을까. 핵동결 약속을 깨고 핵무기 개발에 전념했던 북한이다. 만약 북한이 또 핵폐기 약속을 해놓고 어길 경우 전력공급은 두 말없이 절단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그 후의 남북관계는 차라리 전력공급을 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도 얼마든지 추론이 가능하다. 여기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정부는 지니고 있는지도 사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뿐 아니다. 곧 열릴 6자회담의 당사국들과도 충분한 협의가 이뤄졌는가. 특히 미국과의 공조는 순조로운가. 지난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 이후 북한의 50만㎾ 전력공급 요청에도 미국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전례가 있다. 또한 공급될 전력이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될 우려는 없는가. 공급전력의 생산과 공급에 필요한 경비는 전부 우리 정부 몫이고 관련국들에게 '상응하는 성의를 보이도록 요구'했을 경우 새롭게 불거지는 문제는 없을까.

'중대한 제안'이라는 그간의 궁금한 보따리가 풀렸는데도 국민들은 오히려 더 궁금해한다. 정부는 이를 충분히 헤아려 우선 국회에서 심도 있게 협의하고 여론의 추이도 살피고 국민들이 진정 원하는 합의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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