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섬-통영 연화도

'그리스인 조르바'. 남해의 작은 섬 연화도(蓮花島)로 가는 뱃길에서 문득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소설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사람들은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낄 때 섬을 찾는다.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나만의 삶을 찾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 그렇다. 갑자기 섬여행을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조르바를 닮고 싶어서일 게다. 만약 그렇다면 연화도가 딱 맞는 곳이다. 연화도,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를 옆에 끼고 한번 다녀오자. 조용한 곳에서 진정 자유로운 삶은 무언지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휴가가 될 수 있다.

연화도로 가는 길은 멀다. 통영의 한 작은 섬인 연화도는 주위의 한산도, 사량도, 비진도, 욕지도와 달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곳. 더 멀게만 느껴지는 곳이다.

연화도는 통영에서 뱃길로 약 1시간 거리다. 본촌 선착장에 내리면 풍경은 여느 어촌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실망하긴 이르다. 바로 신발끈 고쳐 매고 선착장 뒤쪽 연화봉(215m)을 오를 일이다. 섬 이름처럼 한겹한겹 봉오리 진 연꽃 모습과 통영 8경 중의 절경이라는 용머리의 용틀임을 한꺼번에 보기 위해서다.

본촌마을에서 출발했다. 길은 두 갈래. 방파제가 있는 곳에서 출발해 능선을 타고 오르는 등산길과 연화사(蓮華寺)-5층석탑을 거쳐 둘러가는 길이다. 두 길 모두 걸어서 40여 분이면 정상에 닿는다. 다만 5층석탑까지는 승용차가 올라가 이곳서는 15분 정도면 정상까지 갈 수 있다.

두 길의 맛은 다르다. 능선을 타고 오르면 연화도의 백미인 용머리의 절경을 단번에 볼 수 있다. 5층석탑을 거쳐 가는 길은 감칠맛이 난다. "우와"하는 감탄사를 두 번이나 쏟아내야 한다. 본촌마을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쉬엄쉬엄 10여 분을 오르면 연화사고 이곳서 다시 15분여 시멘트포장길을 따라가면 산능선 위에 자리잡고 있는 5층석탑이다. 이곳이 용머리를 관찰할 수 있는 명당. 아래쪽 절벽 위에 지은 보덕암과 푸른 바다, 이들과 어우러진 점점이 이어진 섬의 풍경이 쫙 펼쳐진다. 첫 번째 감탄사가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이 흘러나온다.

두 번째 감탄사는 이곳서 등산로를 따라 15분여 올라가 정상에 올라서야 나온다. 남해의 망망대해, 그림 같은 한려수도의 크고 작은 섬들. 정상의 바위와 어우러진 용머리의 풍경을 보는 순간 감탄사를 뱉어내지 않을 재간이 없다.

용머리의 풍경을 아껴두었다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다면 동두마을을 먼저 둘러봐야 한다. 20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연화도엔 두 갈래 길뿐이다. 본촌마을에서 보덕암 가는 길과 동두마을 가는 길이다. 바다를 끼고 가는 이 길은 한창 공사 중이다. 중간 정도에서 내려 오른쪽으로 보덕암이 보이는 곳이 지난해 석가탄신일을 맞아 특집으로 방영했던 TV드라마 '연화도'를 촬영했던 곳이다.

작은 섬인 연화도엔 볼거리가 많다. 첫 번째가 용머리. 몇 개의 바위섬이 점점이 이어지면서 차츰 바다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모습은 환상적이다. 마치 대양을 향해 헤엄쳐 가는 듯한 형상이다.

이 풍경을 보기 위해선 연화사를 거쳐야 한다. 연화사는 섬의 한가운데에 자리잡고 있다. 쌍계사 조실인 고산 스님이 1998년에 창건한 관음도량. 기와로 쌓은 담이 아름답다. 연화사 뒤쪽 언덕을 넘으면 가파른 절벽 위에 보덕암이 있다. 5층으로 지은 특이한 구조다. 다같이 바다를 향한 암자이지만 남해 금산 보리암에 결코 뒤지지 않는 풍경이다.

용머리라고 부르는 곳은 섬의 동쪽 끝의 '네바위'다. 네 개의 바위가 어울린 곳으로 기암괴석이 솟아있는 절경이다. 이 끝섬 단애 꼭대기에 가로로 서있는 낙락장송 한 그루가 애처롭다. 푸른 빛을 잃어버린 이 천년송은 지난 매미 태풍 때 짠 바닷물을 뒤집어써서 말라버렸다.

이 천년송을 포함해 연화도의 제 모습을 보려면 섬일주 유람을 해봐야 한다. 해금강 못지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본촌마을 이태성(011-586-4117)씨는 3만~5만 원에 1시간가량의 섬일주 해상관광을 시켜준다.

연화도는 불교성지다. 400여 년 전 연화도인과 사명대사, 이순신 장군에 관한 전설과 설화가 차곡차곡 쌓여있다. 그 전설들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지금은 매년 수많은 불교도들이 방생과 순례를 위해 이 섬을 찾는다. 통영시에서는 연화도를 불교테마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이 섬은 전체가 공사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 전에 이 섬의 자연풍광을 꼭 봐야하는 이유다.

▶찾아가는 길=연화도 가는 뱃길은 통영여객선터미널과 산양읍 삼덕여객선터미널 두 곳에서 출발한다. 통영여객선터미널(055-641-6181)→연화도=욕지1호 카페리가 매일 3회(06:50 10:40 15:00) 운항. 1시간 10분 소요. 어른 7천700원, 초등학생 3천900원. 삼덕여객선터미널(055-641-3560)→연화도=욕지2호가 매일 2회(10:00 14:30) 운항. 40분 소요. 이달 말경 배편 조정이 있으므로 자세한 사항은 욕지해운 홈페이지(http://www.yokjishipping.co.kr)에 문의. 연화도엔 대중교통수단이 없다. 통영서 출발하는 카페리호에 승용차를 싣고 가는 게 좋다. 준중형승용차 1만7천 원. 유람선터미널(055-645-2307)에서는 통영~연화도를 거쳐 오는 유람선을 운항한다. 3시간 소요. 어른 1만6천500원.

▶숙식=여관은 없고 본촌마을과 동두마을서 민박을 친다. 큰방 3만 원, 작은방 2만 원. 주방시설과 욕실이 갖춰져 있어 깨끗하다. 대부분 1인분 1끼 5천 원에 식사를 제공한다. 선착장이 있는 본촌에 횟집과 슈퍼가 있다. 이곳에선 생필품뿐만 아니라 낚시 장비와 미끼도 구할 수 있다. 용머리민박(055-643-6915), 우리민박(055-642-6717), 네바위민박(055-642-6719). 문의=055)650-4790(욕지면사무소)

▶뭐하며 놀지=단순히 풍경만을 위해 연화도에 왔다면 이 섬을 반밖에 모르는 것이다. 연화도는 바다낚시의 천국. 이곳까지 와서 낚싯대 한번 잡아보지 못하고 돌아간다면 너무 억울하다. 실제 네바위 근처엔 바다낚시 마니아들이 들끓는다. 여름철엔 참돔, 돌돔, 벵에돔 등 고급 어종이 많이 걸려든다.

갯바위낚시가 부담스럽다면 배낚시도 있다. 연화도 용머리민박집의 이태성(57·011-586-4117)씨에게 부탁하면 1인당 1만 원 정도씩을 받고 가두리양식장 인근에서 배낚시를 즐길 수 있다. 양식장에 앉아 밖으로 낚싯줄을 드리워 고기를 잡는다. 낚시도구를 준비해가지 않았다면 줄낚시(2천 원)와 새우미끼(5천원)를 슈퍼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씨에게 부탁하면 릴과 낚싯대도 빌려준다. 하지만 이것까지 필요없다. 1.5m 정도의 낚싯줄에 미끼를 매달고 바다에 넣으면 바로 입질이 온다. 물이 맑아 미끼를 무는 고기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요즘 주로 잡히는 어종은 전갱이와 망상어, 용치놀래기(술맹이) 등. 고급어종은 아니지만 손맛뿐만 아니라 횟감으로 충분하다. 릴을 드리우면 미끼가 내려가기도 전에 굵은 씨알의 전갱이가 물고 늘어진다. 꽁치를 닮은 전갱이는 반찬거리로도 괜찮다. 2, 3가족이 함께라면 1시간30분가량의 섬일주(1인당 5천 원 정도)와 양식장 인근 낚시(1인당 1만원)로 하루를 보낼 수 있다.

글·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사진·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사진: 5층석탑이 있는 언덕 위에서 본 연화도 용머리. 네바위라 불리는 이곳은 통영 8경 중 하나로 하늘과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바위와 소나무가 절경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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