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의 단골 무대인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에 도착했다. 한나절 열심히 발품을 팔다 잠시 쉬려고 카페를 찾았다. 구시가 광장 주변은 관광지라 그런지 생각보다 물가가 비싸다. 그래서 구시가를 조금 벗어나 보통 가격의 카페를 찾았다. 프라하에서 생산되는 '스타로프라멘'이란 맥주를 시켰다. 생맥주인줄 알았는데 캔맥주라. 맛은 부드바이저랑 흡사. 좀 더 구수한 감이 있지만 생맥주가 아니니 더 이상 비교는 안된다.
숙소로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가기 위해 잔머리를 써서 트램을 탔다. 하지만 내려야 할 곳에 내리지 못해 10여분이면 갈 거리를 30분 넘어서야 도착했다. 어제 찍어둔 부드바이저 생맥주를 파는 바로 직행. 들어가보니 전날 간 바와는 달리 날 신경 쓰는 사람도 없고 주인장조차도 내가 왔는지조차 모른다. 꼭 동네에 운동복 차림으로 가는 호프집이라고나 할까.
주인장 아주머니가 웃으며 인사를 해준다. 간단하게 익힌 체코어로 인사해주고 부드바이저를 시켰다. 주인장 아주머니의 미소는 너무나 친근하다. 눈 색깔도 머리카락 색깔도 완연히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을까.
단골이 많은지 아주머니는 짬짬이 손님들과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밥을 먹기도 하고 맥주도 한잔 한다. 체코어 실력이 된다면 밥까지 시켜먹고 싶지만 모르니 어쩔 수 없지. 우리나라 카페나 바와는 달리 유럽은 식사도 같이 판다. 대부분 현지 음식을 하는데 체코음식을 한번 먹어본 결과, 한국 사람 입맛에 잘 맞는 편이다.
다음날 내가 먹어본 최고의 맥주 '부드바이저 부드바르'의 고장인 체스께 부데죠비체로 향했다. 기차는 덜컹거리며 출발, 이내 프라하를 빠져나간다. 건너편에 앉은 아저씨가 '필스너 우르퀠'을 두캔이나 비우고 담배도 한 갑을 다 폈는지 다른 담배를 꺼내 피우고 있다. 여기가 기차인지 술집이나 너구리 소굴인지 분간이 안 간다. 이곳 사람들에게는 맥주가 술이 아니라 음료수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정오에 드디어 체스께 부데죠비체에 이르렀다. 도착하기 전 나의 눈에 들어온 '부드바이저 부드바르'공장. 역에서 내려 며칠새 더워진 날씨 탓에 복학생 차림을 하고 1시간 가량을 줄곧 걸었다. 공장 데스크에서 "투어할 것이냐"라고 묻는다. 단체로 견학 온 학생들과 4명의 동양인들과 함께 공장견학에 나섰다. 이전에 봐온 양조장들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지만 이내 실망모드로 바뀌었다. 가이드는 학생들에게만 설명해주고 나를 포함한 동양인들에게는 책자에 있는 설명을 보란다. 장난하냐, 장난해!
공장의 맥주생산 공정은 뻔하지만 하나의 관광거리가 된다. 우리나라도 이런 공정을 공개한다면 훌륭한 볼거리가 될텐데. 다른 이야기지만 내가 대구에 있을 때 자주 가는 브로이에는 외국인이 많이 온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양조 맥주를 마시지만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생맥주를 많이 먹는 편이다. 이것은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맥주가 통하기 때문이 아닐까. 맥주회사들이여, 좁은 국내시장에서만 아웅다웅할게 아니라 넓은 세계로 눈을 돌려라. 내가 마셔본 바로는 우리나라 맥주보다 못한 맥주도 무수히 많으니까.
여기서 '부드바이저 부드바르'는 잘못 읽은 것이 아니다. 약칭 부드바르는 '체스께 부데죠비체'에서 생산되는 라거맥주이다. 그 명칭을 미국에서 빌려가(?) 버드와이저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물론 맛도 다르다. 어느 것이 맛있냐면 당연히 부드바르. 한번 먹어보시라. 넘어가는지도 모를 정도의 부드러운 목넘김, 다 마실 때까지 올라오는 탄산가스, 처음이나 마지막 한 모금까지 변하지 않는 구수하고 청량한 맛. 먹어보고 맛 없다는 사람을 보지 못할 정도의 환상적인 맥주다. 체코에서의 공장 견학을 마치고 숙소로 발길을 옮겼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이 집에 가는 길처럼 편안했다.
김상규(대구대 특수교육학과 3학년)
사진: 부드바이저 부드바르 본사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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