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천 젖줄 감천 다시 살아났다

태풍피해 '잃어버린 3년' …물고기 피서객 되돌아와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 2년 연속 엄청난 태풍 피해로 물고기 씨가 말랐던 김천의 주요 하천에 물고기들이 되돌아오고 있다. 3년 만의 일이다. 수도계곡 등 주요 피서지에도 끊겼던 피서객들의 발길도 다시 이어지고 있다.

◇다시 나타난 물고기

김천의 중심 하천인 감천(甘川)은 무주와 경계를 이룬 대덕면 대리에서 시작돼 지례·구성면, 김천시내, 개령·감문면, 아포읍를 거쳐 선산 낙동강으로 흐른다. 길이는 57.9km. 감천은 부항천(부항면), 무릉천(지례면), 하원천(구성면), 직지천 등 19개의 큰 지류와 232개의 작은 지류를 두고 있으며 성주 가천으로 흐르는 증산면을 제외한 김천의 모든 물은 감천으로 흘러든다.

루사, 매미 등 2년 연속된 태풍 피해로 감천을 비롯한 지류 하천이 엉망진창이 되면서 물고기 씨가 말라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고기는 거의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최근 감천 및 대부분의 지류에서 물고기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12일 오후 감천 발원지 아랫마을인 대덕면 덕산리앞 덕산천. 다량의 피리, 중태미 등 물고기들이 하천을 헤엄치고 있었다. 이 마을 김수환(59) 이장은 "며칠 전 마을 어린이들이 물고기를 잡으려 하다가 어른들에게 혼쭐나기도 했다"며 "태풍 때 엉망이 됐던 하천 생태계가 이제 되살아나는 모양"이라며 기뻐했다.

김권환(52) 김용오(47)씨는 "물고기 헤엄치는 모습이 이렇게 신기할 줄 미처 몰랐다"고 흐뭇해했다. 진기상 대덕면장은 "최근 대부분 하천에서 물고기들이 되살아나 주민들은 감시원이라도 된듯 물고기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지례·구성면도 마찬가지. 향토사가 문재원(57·지례면 상부리)씨는 "최근 감천에 피리, 퉁갈이, 중태미들이 되살아 났는데 2년 전 수해복구공사 때 감천의 구성 직강보를 확장하면서 어도(漁道)를 마련한 게 수중 생태계 복원에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인공 수초 마련, 물고기 방류 등 대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내 강변공원 부근의 직지천에는 붕어가 많이 놀면서 요즘 하루 10, 20명의 낚시꾼들을 볼 수 있다. 김천시는 2003년 수해복구 때 어도가 없어 수중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을 받던 구성면 일대의 높이 11m 구성 직강보를 확장, 폭 52m의 어도를 설치했다.

◇이어지는 피서객

계곡 물이 맑고 산이 깊어 전국 각지에서 피서객들이 즐겨 찾는 증산면 수도계곡과 청암사 계곡. 수마가 할퀴고 간 계곡들은 옛날 그 모습대로는 아니지만 수려한 모습들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2002, 2003년 태풍 피해 땐 피서객들을 아예 볼 수 없었고 지난해에도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올해는 이미 예년 수준 이상으로 피서객들이 찾고 있다.

수도 계곡 부근에서 16개 민박집들이 함께 운영하는 '김천 옛날솜씨마을'의 위원장 이보영(72) 조영숙(66) 부부는 "태풍 피해로 민박집 운영에 적잖은 타격을 받았지만 계곡이 옛 모습을 되찾으면서 요즘엔 피서객들이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늘었고 다음달 중순까지 예약된 피서객이 780여 명이나 된다"고 말했다.

수도계곡 정상쪽에서 수도산 농장을 운영하는 ㅇ씨(40)는 "피서객 수가 차츰 많아져 올 여름은 거의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 같다"고 했다. 상록수 민박집의 김정옥(52)씨는 "지난해에 비해 피서객이 두배 이상 늘었다. 오는 16일 대구의 새마을금고 회원 550명을 단체 예약 받아뒀다"고 환하게 웃었다.

김천·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사진: 김천시 대덕면 덕산리의 김수환 이장(가운데 모자 쓴 사람)을 비롯한 주민들이 감천 지류인 덕산천에서 3년 만에 되살아난 물고기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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