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내 가슴은 더욱 뛴다.

나 이제 이 억센 손으로 노르웨이 숲에서

가장 큰 전나무를 뿌리째 뽑아

애트나 화산의 분화구에 담갔다가,

그 불붙은 거대한 붓으로

캄캄한 하늘에다 쓰리라:

"아그네스, 나 그대를 사랑하노라!"고

H. 하이네(1797~1856) '고백' 일부

당신은 사랑의 고백을 해 보셨는지요? 그것은 자신의 전 존재를 투신하는 참으로 가슴 두근거리는 경험이지요. 시인은 지금 어두워지는 바닷가에서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갈대를 꺾어서 모래 위에다 사랑한다고 써 봅니다. 곧 파도가 와서 지워버립니다. 그래서 지워지지 않을 고백을 생각해 냅니다.

노르웨이의 가장 큰 전나무를 뿌리째 뽑아다가 애트나 화산의 시뻘건 분화구에 담가서, 그 불붙은 거대한 붓으로 밤하늘에다 쓰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매일밤 하늘에서 불의 글자가 활활 타오를 것이고, 훗날 자손들까지 환성을 지르며 하늘에 쓰여진 그 말을 읽지 않겠습니까? 적어도 사랑의 고백은 이쯤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이진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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