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려운 이웃 먹을거리 장터 '푸드마켓'기부물품 줄어 진열대 '텅'

"아이들 먹는 사탕이랑 과자밖에 없네요!"

지난 12일 오후 4시30분 달서구 성서종합사회복지관 2층 '푸드마켓(Food market)'.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정계(71) 할머니는 간장, 고추장 등 양념과 식료품을 구입하려고 이곳에 들렀다 텅 빈 진열대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했다. 이씨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쿠폰 1장으로 몇 끼니의 찬거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그나마 몇 개 남지 않은 통조림 캔과 햄을 집어든 박동현(43)씨는 "갈수록 살 만한 물건이 줄어들고 있다"며 입맛을 다셨다. 지난해 11월 대구에서 처음으로 기초생활수급자를 비롯, 어려운 형편의 이웃을 위해 문을 연 푸드마켓은 기업들로부터 기부받은 식료품과 생활필수품을 쿠폰과 무료 교환해주는 먹을거리 장터.

개장 당시 하루 평균 200~300명이 드나들던 이곳은 반년이 지난 지금 손님들의 발걸음이 뚝 끊기다시피 했다. 하루 10여 명이 고작이다. 경기침체로 기업들의 물품 기부가 줄면서 진열 상품이 하루가 다르게 줄어든 반면 수요는 2배로 늘었기 때문.

현재 이곳에 식료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주)샤니, (주)CJ푸드, 삼화간장 등 손꼽을 정도며 인근 8개 제과점에서 빵을 제공해 주는 게 전부다. 그나마 올 들어 매천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양배추, 양파 등 야채류를 기부해 진열물품이 다소 늘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새 식료품이 도착하는 매주 월, 금요일은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 월요일 아침이면 푸드마켓 이용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주요 식품류는 문을 열자마자 동이 나 항의가 빗발친다.

유의재 푸드마켓 담당자는 "현재 이곳을 이용하는 고객은 480여 명에 달하지만 한 달간 들어오는 식료품은 1천만 원어치에도 미치지 못해 쿠폰이 있어도 물건을 사기 힘든 실정"이라며 "지역 기업들의 기부의식이 아쉽다"고 말했다.

'푸드마켓'은 식품을 기탁받아 나눠주는 '푸드뱅크(Food Bank)'와 비슷하지만 회원인 이용자는 월 2매(매당 1만 원 상당)의 쿠폰을 받아 직접 자신이 원하는 물품을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성격이 다르다. 2003년 3월 서울 창동 '푸드마켓'이 전국 최초로 문을 열었으며 대구에서는 성서 푸드마켓이 유일하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사진:대구 성서 종합사회복지관 내에 자리한 푸드마켓. 기증물품을 받아 이웃을 돕는 이곳에 최근 기증물품이 줄어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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