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피싱'과 '폭탄카페'

이탈리아 출신 알 카포네는 '어둠의 세계'를 주름잡았던 전설적인 갱스터였다. 미국 시카고에서 1920~30년대에 활동한 그는 천부적인 범죄 감각과 조직 장악력으로 수백 명이나 죽였다. 그러나 공황기에 좋은 일도 많이 해 두려움의 대상이자 선망의 인물이기도 했었다. 그의 활동은 영화나 TV 드라마로 만들어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배우들이 그 역을 선호하는 바람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에게 폭력을 긍정적으로 보거나 동경하는 풍조를 낳고 확산시키는 폐해가 너무 컸다.

◇ 요즘 우리 청소년 사회에도 비슷한 현상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10대들이 영화나 가상공간의 폭력세계에 빠져들고, 인터넷을 통한 범죄를 저지르는 일도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의 폐해는 심각하다. 남의 게임 아이템을 훔치거나 다른 네티즌을 속여 돈을 챙기는 일이 잇따르지만, 별다른 죄의식이 없다는 데 그 심각성은 커진다.

◇ 은행 홈페이지를 가장한 '피싱(Phishing) 사이트'를 처음 만든 뒤 해킹을 통해 다른 사람의 개인 정보를 빼낸 범인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피싱'은 개인 정보(Private)와 낚시(Fishing)의 합성어로 위장 사이트를 만든 뒤 이곳에 입력한 네티즌들의 개인 정보를 각종 범죄에 이용하는 사기 행위라니 어이가 없다.

◇ 이 학생은 고교 1학년 때 반장, 올해는 부반장인 모범생이나 지난해부터 인터넷 게임에 중독됐다고 한다. 그 이후 77명의 개인 정보를 빼돌려 온라인 게임에 접속, 사이버머니와 아이템을 빼내서 되파는 수법으로 90여만 원을 챙긴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또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은 각종 폭탄 제조법을 알려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해 오다 경찰에 적발됐다니 인터넷 강국의 '어둠'은 끝이 안 보일 지경이다.

◇ 어릴 적 '불장난'이 평생 굴레가 돼 고통을 받는 건 끔찍한 일이다. 성인도 생각하기 힘든 범죄를 죄의식도 없이 경험한다는 건 그야말로 엄청난 비극이다. 미성년 범죄 피해자가 양산되는 사회는 분명 병이 깊을 대로 깊어졌다는 방증이다. '한탕주의'가 판을 치고, 무슨 일이든 돈으로는 안 될 일이 없다는 등의 '왜곡된 가치관'은 달라져야 하며, '내일의 주인공'들을 위한 세심한 대책들이 이제부터라도 '발등의 불'이어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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