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레즈비언간 폭행 "집단 자기최면 탓"

"이제야 저희 잘못을 깨닫게 됐습니다."

동성애 세계의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친구를 한달간 감금하고 폭행(본지 11일자 4면 보도)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된 동성애자(레즈비언) 6명은 11일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이들은 9일 경찰에 붙잡혀 조사받을 때만 해도 '자신들은 동성애자'라고 떳떳하게 밝힌 채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자신들의 잔학행위에 대해 '정조도 지키지 않고 친구 사이를 이간질한 대가를 치른 것'이라고 항변하며 당당한 모습이었다.

한 레즈비언 커플은 "모두가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질서를 어지럽히는 친구를 그대로 둘 수 없었다"며 "뭐가 그리 잘못됐느냐"고 반문했다. 조사를 맡은 경찰관은 "처음에는 모두 집단체면에 걸린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두 대학 1년생, 직장여성 등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건강하고 예쁜 청춘들이었다. 보통 가정에서 자라 전과도 없고 범죄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여성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행위는 너무나 잔인했다. 친구를 묶어놓은 채 흉기와 각종 도구로 폭행하고 고문했다. 온몸을 흉기로 난자하고 담뱃불로 지지고 특정 신체부위에 상처도 냈다. 오물을 먹이고 체모를 깎아 강제로 먹이기도 했다.

이들을 광란 상태로 몰고 간 것은 사회와 단절된 채 자신들의 세계 속에 갇혀 살았기 때문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의 얘기다. 이들은 폐쇄된 공간 속에서 외부에 알려지거나 노출되는 것을 꺼렸고 자신들만의 질서와 규칙을 중시했다는 것.

하지만 이들은 수갑과 포승에 묶인 채 법정을 드나들면서 자신들의 잘못을 서서히 들여다보는 듯했다. 특히 면회온 부모들이 충격을 받아 제대로 입을 열지 못하자 이들은 얼굴을 제대로 들지 못했다. 당초 범행에 가담한 8명 중 가담정도가 중한 4명은 구속되고 여고생 등 4명은 불구속됐다.달서경찰서 구광섭 폭력1팀장은 "젊고 아름다운 시절에 밝고 건강하게 살지 못하고 구속되는 이들의 모습을 보니 씁쓸하다"고 했다.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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