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교영기자의 의료이야기-(37)부자 환자, 가난한 환자

며칠 전 새로 건축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을 다녀왔다. 국내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진 병원이란 이유와 의사들이 설계에 참여하고 있는 외국 회사가 설계했다는 점, 그리고 최첨단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해서 진작부터 소문이 난 곳이다. 물론 소문대로 그 병원은 환자 위주의 동선과 병실의 문턱까지 없앤 세심한 설계, 엄청난 위용의 건물 외장과 특급호텔 같은 인테리어 등이 눈길을 끌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VIP병동. 병동 입구에는 검은 양복과 건장한 체격의 사설 경비원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이곳의 50평 규모의 병실 2개는 하루 이용료가 국내에서 가장 비싼 170만 원이다. 보호자 침실과 거실, 회의실까지 특급호텔의 스위트룸 수준 이상이었다. 일반 병원의 6인실 사용료와 비교하면 170배가 넘는 액수이다. 물론 이 병동에는 이 보다 싼 병실(하루 70여만 원)도 있다. 대구의 대학병원 특실 입원료(30여만 원)와 비교해도 엄청 비싸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특실을 도입한 서울대병원의 VIP 병실은 하루 이용료가 90만 원이다. 삼성서울병원의 특실은 21평 규모로 하루 사용료가 70만 원에 이르고, 서울아산병원도 하루 이용료가 61만 원인 특실을 운영하고 있다.

건강검진 비용도 양극을 달리고 있다.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의 건강검진료는 30만~40만 원대가 가장 싼 편에 속한다. 서울에는 100만 원이 넘는 건강검진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건진센터가 호텔과 연계해 1박2일 일정으로 하는 건강검진 상품은 비용이 적게는 140만 원에서 많게는 230만 원까지 이른다. 물론 호텔 이용료와 함께 MRI나 PET촬영까지 추가하면 그 비용은 300만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특실에서 하루 이상 머물며 건강검진을 받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1박2일은 200만 원 이상, 2박3일은 300만 원이 넘는다.

대구의 대학병원들도 병원 수익을 높이기 위해 고가의 건강검진 프로그램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고가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서울의 병원으로 가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가 갈수록 고급화되고 있다. 고급은 저급의 반대말로 언뜻 들으면 좋게 보인다. 하지만 돈이 장난이 아니다. 또한 병원들이 너도나도 고급 일변도로 간다면 가난한 환자들이 기댈 곳은 그만큼 줄어든다.

의료서비스의 양극화 현상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앞으로 영리법인 의료기관과 민간건강보험이 허용되면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공공의료의 취약성과 의료의 상업화를 우려해 영리법인 의료기관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kim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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