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西유럽 최초 '자폭 테러' 충격

英경찰, 배후 조종자 총력 검거 나서

영국 런던 연쇄 폭탄테러가 서유럽 최초의 자살폭탄테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테러는 잉글랜드 서북부 리즈시의 파키스탄인 거주지역에 살았던 4명의 친구들이 서유럽 사회에 대한 불만과 증오를 키우다 보안이 허술한 대중교통수단에서 자폭해 런던의 심장부를 아수라장으로 만든 사건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배후가 있는지 여부는 확실치 않으나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자라난 영국의 젊은이들이 바로 자신들의 이웃을 향해 자살 폭탄테러를 감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현실에 영국은 충격을 금하지 못하고 있다. 13일 영국 경찰 발표에 따르면 테러범들 가운데 3명은 리즈시의 같은 동네에 살았다. 테러를 총지휘한 배후 조종자와 폭탄 제조자는 경찰의 추적을 피해 도주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한 이들 중 한 명은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지웨어 로드역에서 폭사한 테러범 모하메드 시디크 칸(30)은 생후 8개월짜리 아이를 둔 아버지였다. 타비스톡 광장의 2층버스에 폭탄을 터뜨린 테러범은 하시브 후세인(19), 올드게이트역 테러범은 체육학을 전공한 대학생 셰자드 탄위르(22). 모두 리즈시 출신들이다.

경찰은 지하철 폭발 현장에 남아 있는 4번째 범인의 시신에 대한 신원확인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12일 신원이 확인된 3인의 테러범 거주지를 포함한 웨스트 요크셔주 리즈시의 6개 주소지에 대해 기습적인 수색 작전을 펼쳤다. 주택 한 곳에서는 폭탄을 터뜨려 출입구를 부수고 진입했다.

폐쇄회로(CC) TV 화면 분석 결과, 4명의 범인은 4.5㎏의 폭발물이 든 배낭 폭탄을 가지고 7일 오전 8시 30분 기차로 킹스크로스역에 집결했다. 경찰은 리즈시 폭탄 제조 공장에서 '상당한 분량의 폭발물'을 압수했으며 런던 북쪽 30㎞ 지점의 루턴시 기차역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대량의 폭발물을 발견해 5차례의 통제된 폭발을 통해 폭발물을 안전하게 제거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된 운전면허증, 신용카드 등 유류품, 그리고 실종된 아들을 찾아달라는 하시브 후세인 어머니의 신고 전화를 바탕으로 신원을 확인했다. 리즈시 수색 현장에서는 테러범들의 친척 한 명을 체포해 런던으로 압송했다.

정보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테러범들 가운데 2명이 최근 파키스탄을 방문하고 돌아왔으며 4명이 모두 파키스탄 출신의 영국 시민권자들이다. 이들 가운데 대테러 첩보기관인 국내정보국(MI5)의 사찰 대상에 오른 인물은 없었다. 한 명만이 테러 관련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은 사람과 인척 관계에 있었다.

CCTV 화면에 따르면 이들은 첫 번째 폭발이 일어나기 약 20분 전에 배낭 폭탄을 메고 킹스크로스역의 환승역에 집결했다. 화면 속에서 이들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런던 경찰청의 대테러담당 책임자인 피터 클라크는 "범인들 중 한 명의 가족이 실종 신고를 했고 이 과정에서 파악된 인상착의가 신원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자료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영국 사회는 테러범의 신원이 모두 영국인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슬람계와 백인들 간의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2일 이슬람 사원 5곳이 불타고 유리창이 깨지는 피해를 입었고 지난 10일에는 영국을 방문한 파키스탄인이 집단폭행을 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나라에 살면서도 물과 기름같이 섞이지 못했던 백인과 이슬람 사회 사이의 갈등이 증폭돼 보복 공격이 이어지는 증오의 악순환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러시아에서 체첸 분리주의자에 의한 자살 폭탄테러는 자주 있었지만 서유럽에서 자살폭탄테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폭발사건의 7명의 용의자들은 테러후 3주가 지나 경찰이 아파트를 포위하자 폭탄을 터뜨려 자살했다는 점에서 이번 런던 테러와는 또 다르다.

(런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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