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강칼럼-걷기와 요통

"걷기가 요통에 좋다던데 어찌된 일입니까?"

50대 중년 여성 김씨는 '허리 아픈 데는 걷기가 좋다'는 주변의 권유에 등산을 했는데 오히려 통증이 악화됐다고 불평했다. 김씨처럼 등산이나 달리기 걷기 운동을 한 다음 요통이 더 나빠지는 스포츠클리닉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걷기는 요통에 도움이 될까?

허리가 아프다고 누워 쉬면 척추를 지탱해 주는 허리근육과 복부근육이 약해진다. 그래서 의사들은 2,3일 쉰 뒤 통증이 수그러들면 움직일 것을 권한다. 걷기는 허리 건강에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우선 걷기는 전신체력인 심폐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요통으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심폐지구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그러면 쉽게 피곤해지고 피로회복도 느리게 된다. 걷기는 약해진 전신체력을 향상시키는 가장 좋은 운동이다.

걷기는 진통제 효과도 제공한다. 큰 근육을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은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통증을 덜 느끼도록 해준다. 그리고 척추를 세워주는 척추기립근과 복부근육을 강하게 만들며 혈액순환을 좋게 해 손상된 디스크나 인대 근육의 치유를 빠르게 한다고 알려져 있다. 걷기는 특별한 장비도 필요 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안전한 운동이므로 의사들은 요통환자들에게 걷기를 권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알려진 것과는 달리 척추기립근과 복부근육의 강화가 요통완화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몸의 근육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관절의 움직임을 만드는 근육, 즉 힘을 생산하는 근육과 움직임이 있을 때 관절을 보호하는 근육이 그것이다. 허리와 골반을 보호하는 근육은 양쪽 골반을 싸고 있는 횡복근과 척추의 중심을 따라 뻗어 있는 다열근, 그리고 골반 바닥에서 양쪽 골반을 연결하는 골반저 근육이다. 걷기 운동이 직접적으로 이들 근육을 강화시켜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근육의 기능이 떨어져 있을 때 관절을 움직이면 통증을 더욱 악화시킨다.

장시간의 반족적인 평지 걷기는 오히려 척추와 골반을 안정시키는 근육을 약하게 만들 수도 있다. 걷기나 등산을 하고 난 다음 요통이 악화될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하겠다. 이런 환자들은 걷기 운동을 하기에 앞서 전문의의 진단과 운동처방에 따라 척추 안정화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외 없는 법칙이 없듯 모든 사람에게 좋은 운동이란 없다. 가장 안전한 걷기조차 요통환자에게는 나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종균(운동사, 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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