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정운찬 총장 '인식차' 노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14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단을 청와대로 초청, 오찬을 함께 하면서 교육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오찬의 관심은 최근 서울대의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시험 도입을 둘러싼 여권과 서울대 간의 갈등을 의식, 노 대통령과 서울대 정운찬(鄭雲燦) 총장의 발언에 집중됐다.

이때문에 회장단은 행사를 앞두고 서울대 입시안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기로 미리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간담회에서는 본고사 논란에 대한 언급 없이 대학구조개혁과 지방사립대 재정난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 확대, 국가균형발전 차원의 지역거점별 대학 육성 등 대학 현실과 관련한 건의가 쏟아졌다.

반면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사회발전 속도와 양극화 문제를 거론하며 대학의 혁신 노력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한국사회에 대해 "1등이 1등하는 데는 지장이 없지만 꼴찌가 상당히 좋은 수준으로 가는데 대해서는 과연 잘해낼 수 있을지 불안하다"며 우리 사회를 "성공하는 사람이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배려하는데 대단히 인색한 사회"라고 진단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1등과 꼴찌의 양극화에 따른 갈등을 우려했다. 이는 서울대에 대한 불만과 함께 서울대의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일부에서는 분석했다.

노 대통령의 맞은 편에 앉아있던 정 총장은 발언 기회를 얻자"최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서 죄송하다. 좋은 방향으로 노력할 것이니 지켜봐달라"고 말하면서 본고사 논란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했다.

그는"서울대 입시안에는 지역균형 선발, 공부 이외의 기준, 논술, 내신 등이 포함되어 있다. 서울대 입시안이 독특한 것은 아니다"면서 통합교과형 논술시험을 본고사 부활로 보는 여권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서울대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는 또"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총장회의에 가서 보니 싱가포르 대학 경제학과교수 50명 중에 9명이 한국인이어서 놀랐다"고 말해,"대학의 변화가 다른 분야보다 늦다"는 노 대통령의 인식과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3불정책은 유지돼 나가야 한다"고 못박고"대학의 혁신을 통해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길러내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며 거듭 소신을 밝혔다. 간담회에 배석한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분위기가 딱딱하지는 않았다"며"보통 1시30분에 끝나는 오찬이 2시에 끝났고, 기념촬영도 했다"고 전했다.

최재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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