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 천군동 일대 주민들의 쓰레기 매립장 봉쇄사태가 사흘째로 접어들면서 경주 전역이 쓰레기 대란에 빠져들었다. 천군동 주민들은 경주시의 행정처리 절차를 문제삼아 봉쇄를 쉽게 풀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경주시는 주민들과 협의를 시도하고 있지만 뒷북행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 곳곳이 쓰레기장으로
쓰레기 수거가 중단되면서 각종 영업점들이 많은 경주 중앙상가 일대 후미진 곳은 쓰레기장으로 변모했다. 전봇대 근처는 보통 10여 개가 넘는 쓰레기봉투가 쌓였고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이 많은 식당가와 아파트단지 쓰레기 수거함 주변은 접근조차 어려울 정도로 지저분해졌다.
또 집안이나 가게에 젖은 쓰레기를 두지 않으려는 시민들이 도로변에 폐기물 봉투를 내다 놓으면서 이웃 간에 삿대질과 멱살잡이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식당이 많은 동천동 일대에서는 14일 점심시간을 전후로 해 곳곳에서 쓰레기 투기를 둘러싼 이웃 간 실랑이 장면이 목격됐다.
# 화난 천군동 주민들
매립장 주변 시민들은 "경주시의 행정이 한심한 수준도 이미 넘어섰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천군동 매립장의 당초 사용시한은 지난 1월로 만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주시가 이 사실을 안 것이 만료 1개월 여를 앞둔 지난해 연말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직원들이 매립장 사용시한이 올 연말까지로 잘못 알고 있었던 데서 비롯된 문제"라고 말했다.
1월 말로 시한 종료가 임박해지자 다급해진 경주시는 올 초 인근 주민들과 협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매립장 사용기간을 오는 2016년까지로 연장했다. 이 같은 일방행정에 시민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화난 주민 대표들은 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충분히 납득하도록 해명하고 사과하는 등의 절차를 밟은 뒤에야 협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 다급한 경주시
매립장이 봉쇄되자 13, 14일 양일간 경주시 간부들이 주민들을 찾아가 사과했다. 일부 '행정과오'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고 출입구 봉쇄만 빨리 풀 수 있다면 가능한 모든 조치를 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 15일에는 시장이 주민대표들을 만나 해명할 것은 해명하고 사과할 사안이 있다면 사과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의 해명이 군색한 데다 주민들의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주민대표 이관희씨도 "시장면담 결과에 관계 없이 15일 중 봉쇄 해제는 기대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사진: 주민들의 봉쇄로 출입이 차단된 천군동 쓰레기 매립장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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