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끼를 감출 수 없어요" 대구예술대 무용과

"가슴속에 감추어진 끼를 감출 수가 없어요.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을 춤으로 폭발시키죠."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 뒷산자락. 산중턱에 자리잡은 대구예술대 실용무용학과 건물에는 24시간 문이 열려 있다. 밤에 불이 꺼지지 않는 곳. 무용연습실은 항상 시끌벅적하다.

14일 밤. 뮤지컬 '페임(FAME)'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실용무용학과 학생들이 현란한 몸짓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모두들 콧등과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남학생들은 아예 윗도리를 벗고 춤에 몰입했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이들의 춤사위는 프로급이다.

4년제 대학에서 실용무용학과를 개설한 것은 이 대학이 전국 최초. 그래서인지 특이한 경력을 가진 '춤꾼'들이 몰려들고 있다.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인생을 춤으로 승부하는 프로 춤꾼이 되고 싶다. 정말 하고 싶었던 춤을 추면서 춤과 관련된 공부를 정식으로 한다는 것은 남다른 행운이다"며 젊음을 만끽하고 있었다.

올해 입학한 권혁진(27)씨. 그는 선교사가 되려고 신학대학을 다니다 전문 춤꾼이 됐다. 훤출한 외모를 지닌 그는 살사댄스가 전문. 방위산업체에 근무하던 중 살사댄스를 접하면서 그 매력에 빠져 춤을 전공하게 됐다.그의 살사댄스 파트너인 송지윤(27)씨도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춤의 길'을 택했다. 그녀는 밸리댄스 강사생활도 2년간 한 전문가다.

서승효(27)씨는 부산외국어대 러시아어과를 2년 동안 다니다 이 학과에 입학했다. 지난 6월 제15회 대구무용제에 동료들과 함께 출전,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맡언니인 김현미(28)씨는 춤꾼이 되기 위해 대학생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던 안정된 직장도 버렸다.

막내인 장은애(20·1년)양은 고교 때 운동삼아 춤을 시작하면서 춤꾼의 길로 들어섰다. 당초 다른 대학 무용과에 장학생으로 선발됐으나 부모님을 설득, 이 학교에 입학했다. 뮤지컬 배우가 꿈이란다.

지난해 개설된 이 학과는 2학년 13명, 1학년 10명이 다니고 있다. 이 중 남학생은 3명이다. 수시로 갖는 초청공연을 준비하기 위해서 일주일에 3일 정도를 합숙 훈련한다. 이들은 지난해 말 대구 밀리오레 야외무대에서 '청소년을 위한 댄스 페스티벌' 과 '몸부림' 공연을 비롯해 올해 청소년과 소외계층을 위한 '춤봉사'를 하고 있다. 실용무용학과 학생들은 교내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출신인 이화석(43)교수가 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부산 동서대 뮤지컬과 교수를 역임하다가 2년전 대구예술대로 왔다. 이 교수는 "실용무용은 누구나 즐길 수 있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아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욕구를 일으키지만 학문적으로 정착되지 못했다"고 아쉬워 한다.

"일반적으로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발레 등 순수무용에 비해 힙합, 재즈, 라틴댄스 등 실용무용에 대해서는 아직도 인식이 부족하지만 우리 학과 학생들이 실용무용을 보급하는데 선구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자랑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사진: 자신들의 감춰진 끼를 춤으로 발산하고 있는 대구예술대 실용무용학과 학생들이 연습 도중 폼을 잡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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