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수 공장 독가스 유출…대형사고 부를 뻔

16일 새벽 발생한 전남 여수시 화치동 여수산업단지내 ㈜M 여수공장 독가스 유출사고는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으나 일시적이나마 50 여명이나 중독현상을 보여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 했다.

이번 사고는 ODZN(의약용 정밀화학 중간제품)을 생산하는 이 공장의 중화시설에서 독가스인 포스겐이 유출돼 반경 70-80m에 근무중이던 이 공장 직원과 인근 LG화학과 금호폴리켐 54명이 호흡곤란을 일으켜 성심병원과 전남병원 등 여수지역 4개병원에 분산 치료를 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공정에서 용매인 톨루엔의 혼합물 가운데 염산을 중화처리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닫혀지지 않은 중화탱크 밸브를 통해 톨루엔 10ℓ 정도가 포스겐 가스와 함께 누출돼 사고가 났다"며 "평소 점검을 철저히 한데다 밸브가 열린일은 거의 없어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는 또 "일부 직원이 중독현상을 보여 곧바로 중화액으로 모두 중화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독자 가운데 2명을 제외한 대부분(52명)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50여m떨어진 LG화학과 인근 금호폴리캠 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인 점을 감안 할때 이사고가 낮에 발생했을 경우 피해는 훨씬 컷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공장은 독가스를 취급하면서도 가스 유출에 따른 자동 경보장치를 갖추지 않아 돌발사고가 발생할 경우 적절한 대처가 어려운 것으로 지적됐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H케미칼이 일부 의약품 원료 제조 공정을 분리해 독립시킨 자회사로 H케미칼은 지난 94년 9월에도 노후 파이프를 통해 포스겐을 누출시켜작업중이던 근로자 3명이 숨지고 37명이 치료를 받게한 사실이 있다.

정대관 성심병원 원장은 "중독자 대부분이 호흡곤란과 폐부종 증상으로 병원을찾아 일부는 입원치료를 받고 있으나 다행히 중상자는 없다"며 "그러나 포스겐에 중독될 경우 폐 섬유증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역민들과 공장 근로자들은 "이 공장은 10여년전에도 사고를 냈는데도 이번에 다시 사고를 낸 것은 안전 불감증 때문"이라며 "공장과 관계당국에서 구조적으로 안전장치 설치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안전부주의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나 시설 노후화나 안전장치 미비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포스겐 (phosgene.COCl₂)은 곰팡이가 핀 마른 풀 냄새가 나는 무색의 맹독성기체로 많이 흡입하면 호흡 곤란을 일으키면서 수 시간 뒤 폐수종(肺水腫)으로 죽어제1차세계대전 때는 독가스로 사용됐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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