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 재거, 데이비드 보위, 앨리스 쿠퍼, 프레디 머큐리, 보이 조지.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록스타? 맞다. 하지만 아직 정답에서 '2%' 부족하다. 이들은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앤드로자인(androgyne)', 즉 양성의 특징을 지닌 '자웅동체' 개념을 이용해 볼거리를 만들어낸 스타들이었다. 앨리스 쿠퍼와 보이 조지는 여장(女裝)을 통해 관객에게 혼란을 불러일으켰고, 이를 자신의 성적 취향과 성에 대한 아이러니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믹 재거의 경우 양성애자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고 데이비드 보위는 호리호리한 몸에 정교하고 짙은 화장, 성적인 모호함을 주는 의상을 앞세워 대중들에게 신비스러운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앤드로자인에 대한 표현은 고대 헬레니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헬레니즘 시대의 조각가들은 여성화된 사춘기 소년이 가진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이후 르네상스 시대에 접어들면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같은 미술가들이 자웅동체의 남성을 그렸고, 로코코시대와 신고전주의 미술가들이 여성화된 남성을 표현했다.
나긋나긋한 청년의 반대편에는 과도한 근육질의 몸을 가진 영웅적 남성 이미지가 있다. 영웅적 남성은 고대 그리스 미술의 중심 주제였다. 이때 영웅의 모습을 표현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가 바로 누드다. 고전주의 시기에 남성 누드는 완벽한 표준이 되는 '미의 척도'였다. 로마시대의 조각 '안티노오스 상'은 실제와 다소 동떨어진 듯한 완벽한 비례와 다소 여성스럽기까지 한 아름다운 곡선이 두드러진다.
반면 근대 이후 남성성은 현실에 눈을 돌렸다. 사진술의 발달은 완벽하지 않은 현실의 남자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게 만들었다. 근대 이후 남성 누드는 신화와 영웅을 적극적으로 창조해내기도 했다. 헤라클레스 같은 신화 속의 강한 근육질 영웅은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영화 '코난'이나 '터미네이터'처럼 구체적인 영웅으로 재탄생했다.
'남자를 보는 시선의 역사'는 회화·사진·조각 등에서 다뤄진 남성 누드의 형태미와 미술적 가치를 통해 사회적·정치적·성적 의미를 훑어내려간 책이다. 영웅, 여성화된 남성, 앤드로자인(남녀양성), 야만인, 희생자, 동성애자, 소년 등 각 시대와 문화가 바라본 남성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변화해왔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책은 누드 혹은 나체가 당연히 '여성'일 것이라는 통념에 반기를 든다. 남성지배 사회에서 벌거벗은 여성의 재현물은 "여성에 대한 남성의 통제와 지배를 보여주는 이미지들"이라는 것. 여기에는 성적인 함의를 지닌 관음증적 태도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남성 누드는 이상적인 아름다움에서 남성의 다양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누드 작가 스스로 자신의 알몸을 작품에 드러내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자위를 하는 모습을 스케치하거나, 동성애적 욕망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기도 한다. 그 속에서 남자는 하나로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때로는 강한 영웅으로 혹은 한없이 무력하고 나약한 인물이 된다. 저자는 "남성 누드는 단지 아름다운 것과 아름답지 않은 것에 대한 기준을 드러내는 수단만이 아니라 감정을 전달하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남성 누드는 성적 의미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회의 핵심 가치관을 투영하는 기제이기 때문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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