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힘으로 해 냈어요! 이제 4년제 대학에 편입도 하고, 대학원도 졸업해서 교수에도 도전 할 거예요."
늦깎이 대학생활의 재미에 푹 빠진 시골 아줌마들이 일(?)을 냈다. 20명의 30-50대 농촌 아낙들이 최근 농림부에서 실시한 '제1회 우리 농업 희망찾기 정책공모'에서 전국의 쟁쟁한 농업연구단체들과 겨뤄 당당히 우수상에 입상, 상금 1천만원을 타는 쾌거를 이룬 것.
27개 농업인 단체가 66개의 농업정책 및 사업제안을 제출한 공모전에서 이들이 자신들을 모델로 한 '농촌 활력화를 위한 농업인적자원 개발 시스템 도입-현장중심 학점은행제 농업인대학 운영'으로 우수상에 뽑혔다.
이들이 뒤늦게 대학생으로 변신한 것은 2년 전부터 칠곡군이 실시 중인 '여성 농업인대학'. 칠곡군이 올 초 전국 처음으로 '학점은행제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여성농업인들이 12개 과목을 이수하면 전문학사 학위를 받는 길이 열렸다. 이들은 대표를 뽑아 '농생모'(농촌을 생각하는 모임)란 모임도 만들었다.
사과농사를 짓는 노명희(44.왜관읍 금남리)씨는 "처음엔 대학생들이 쓰는 용어 조차 잘 몰랐으나 대학 캠퍼스에 가서 공부도 하고, MT도 가고, 리포트도 제출하면서 정말 젊어졌어요"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점선(45.기산면) 회장은 "예전엔 농촌사람들이 공부하는 것을 주경야독이라 했지만, 우리는 들판에서 일하는 시간을 쪼개는 '주독야독'을 해야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현아(36.왜관읍)씨는 "자식들 앞에서 엄마가 밤 늦게까지 공부하면서 리포트를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뿌듯한 지 모른다"고 자랑했다.
남자로서 감사인 윤영덕(32.기산면)씨와 함께 청일점 이우용(50.지천면 덕산리) 부회장은 "전국적으로 쟁쟁한 농업기관들을 제쳤다는 것은 농촌 여성 농업인들의 교육문제는 우리가 전국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자랑했다. 농사일로 리포트 제출을 제 때 못하는 회원들의 공부를 내 일처럼 돌봐 주는 강성애(43.왜관읍) 총무는 "내년 졸업뒤 4년제 대학과 대학원에서 도자기를 전공, 강의를 해보고 싶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칠곡.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사진=칠곡군 여성농업인 대학의 늦깎이 대학생들이 농림부의 정책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아 1천만원의 상금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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