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40광장]386과 475가 해야할 일

80년대 학번, 60년대 생. 소위 386으로 일컫는 세대를 말함이다. 언젠가 386세대란 말이 생겨나 한동안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하더니 지난 1999년 초, 국내 한 신문사에서 '한국의 주력 386세대'라는 타이틀의 특별취재 기사를 시리즈로 연재하고부터는 마치 한국 사회를 움직이고 이끌어나가는 세대는 80년대 대학을 다닌 60년대 생의 30대 뿐인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분위기가 확산되었다.

이 시리즈가 연재되는 동안 기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일제세대니 6·25세대니 4·19세대니 하는 신조어가 연쇄적으로 생겨나고 2001년 초에는 이 386세대에 대응하는 말로 40대 나이, 70년대에 청춘을 보낸 50년대 생을 뜻하는 475세대란 신조어가 생기면서 'people475' 등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급속하게 퍼져나가 이들의 연대로 이어졌다.

그 이후 2004년 말과 2005년 초에는 전 세대의 국민에게 평등한 이해와 관심을 쏟아야 할 정치권까지도 이에 편승하여, 여·야할 것 없이 475세대를 중심으로 '아침이슬'이니 '푸른정책연구모임'이니 하는 모임을 앞 다투어 만들었다. 그리고 그들 역시 386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을 '민주화 세대'라고 자칭하고 저마다 자신들이 사회 각 분야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음을 과시했다.

이러한 세대 중심의 연대와 자기 자랑 행진은 계속되어 2005년 5월에는 긴급조치 9호 세대, 줄여서 '긴조 9호' 혹은 '긴조 세대'로 자칭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긴급조치 9호 발동 30주년이 되던 올해 5월 13일 개최한 학술 토론에서 긴조 9호 세대는 386세대의 그 무성한 밀밭을 가꾸기 위한 너무나도 귀중한 밀알의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고 자신들의 과거를 규정하였다.

386세대란 신조어가 유행하기 시작한 이후 무려 7년이나 세대별로 나뉘어져 자신들의 특정 세대를 주장하고 이들이 만든 신조어가 난무하는 현상을 지켜보면서 마치 춘추전국 시대의 부정적인 한 국면을 보는 듯 마음이 씁쓸했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현상이 전혀 무의미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각 세대별로 자신들의 과거 삶의 목표나 태도를 재조명해보고 그것을 통해 자신들의 현재와 미래의 변화된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깨닫고 이를 실천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이는 분명 바람직한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30, 40대는 이제 과거의 수식이나 허울을 벗고 20대의 사고와 삶의 태도를 넘어서야 한다. 왜냐하면 과거 70년대 80년대와 지금의 2000년대는 20년 이상의 격차와 세기를 달리하는 변화를 겪고 있으며, 당시의 20대 청년이 지금은 30대 40대 혹은 50대 초반의 중·장년으로 그들의 사회적 역할과 기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20대에 비해 30, 40대 혹은 그 이상의 연륜으로 나아갈수록 우리는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내재된 가능성과 각 세대의 중요성을 총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사회의 각 세대들의 존재 의의와 중요성을 총체적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성찰하고 이를 통해 완성도 높은 삶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삶의 완성도가 높은 성현이라 일컬어지는 공자가 만년에 자신의 총체적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15세 때 학문에 뜻을 두었고, 30세 때 이룬 바가 있었고, 40세 때 의혹하는 마음이 없어졌고, 50세 때 천명(天命)을 깨달았고, 60세 때 남의 말을 허심탄회하게 듣는 경지에 도달했고, 70세 때 자신의 뜻대로 행동해도 지나침이 없게 되었다."(논어 위정편)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자기성찰의 귀감이 된다.

이순희 동문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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