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돔배기

대구'경북 지역의 음식문화 중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색적인 것들이 있다. 상어고기를 소금에 절인 '돔배기', '부추김치', 누르스름하게 단풍 든 콩잎으로 담근 '콩잎김치' 등이다. 돔배기는 짭짤하고도 쫄깃한 맛이 일품이고, 부추김치는 입맛 까끄러울 때 밥도둑 역할을 톡톡히 하며, 콩잎김치는 질기고 거칠면서도 독특한 맛이 있다.

◇ 이 중 돔배기는 '토막고기'라는 의미의 사투리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 지역에서는 차례상이나 제사상에 반드시 올리는 음식으로 되어 있다. 2002년 대구 불로동 고분군에서 상어뼈가 발견된 것을 두고 볼 때 삼국시대부터 상어고기가 제례용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명절 때 시장 어물전마다 돔배기가 수북이 쌓인 광경은 이 지역의 독특한 풍경이다. 하지만 타지 사람들은 "상어고기를 어떻게 먹냐?"라면서 얼굴을 찡그린다. 영화 속의 식인상어 죠스나 식인상어 출몰 사건 등을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 돔배기는 특히 영천시장의 것이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내륙인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명물이 됐듯 영천에서는 예부터 돔배기가 이름나 있다. 대구나 도내 다른 시군 주민들도 명절이나 제사를 앞두고 돔배기를 사느라 일부러 영천까지 간다. 간간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이다.

◇ 최근 돔배기의 상표권을 놓고 영천시와 안동 간고등어 업체 간에 일전이 붙고 있다 한다. 영천시는 지난 2002년 돔배기의 브랜드화를 추진하려다 "돔배기라면 당연히 영천 돔배기인데 굳이 상표 등록을 할 필요가 있느냐, 오히려 재래시장 상인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상인들의 반대로 중단했었다. 최근 영천시가 다시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하려고 하니 이미 안동의 한 간고등어 업체가 '돔배기'와 '영천 돔배기'의 상표 출원을 해 버렸다는 것.

◇ 앞으로 영천에서 돔배기 제품 생산을 할 계획이라는 간고등어업체에 대해 영천시는 돔배기 이름을 내건 대량 판매 반대와 '영천 돔배기' 상표등록 무효화를 추진, 일전도 불사할 태세다. 지난해 드라마 '대장금'에서 울진 대게를 임금에게 진상한 것으로 방송된 후 영덕과 울진 간에 대게 원조 논쟁이 뜨거웠던 바 있다. 이번 '돔배기 전쟁'은 브랜드를 선점하느냐 못 하느냐가 기업은 물론 지자체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됐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한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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