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DJ) 전 대통령은 대구 시민에게 '말 빚'이 남아 있다. 금액으로는 정확하게 81억5천만 원이다.민법상의 개인 부채가 아니라 270만 대구 시민에게 공식적인 행사에서 약속했던 말(기념사)에 따른 빚이다.
2000년 2월 28일, 대구 문화예술회관에서 개최된 2'28 민주의거 40주년 기념식에서 그는 '2'28은 한국민주화 운동의 효시였으며…'라는 치사와 함께 2'28 민주 의거 기념사업을 위해 2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얼마 후 118억5천만 원이 지원됐다. 그리고 그 돈이 보탬이 돼 지금의 '2'28 중앙공원'이 만들어졌다. 그나마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나머지 81억여 원이 5년이 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자칭 민주화 운동했다는 사람들이 정권을 이어 잡은 참여정부에서도 대통령이 '민주화 운동의 효시'라고까지 공언한 2'28 민주의거 기념사업예산 지원이 유야무야되고 있다.
예산이 없어서라면 나라살림 펴질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라 참고 지내 보겠는데 속내를 알아보면 그것도 아니다.DJ정권은 광주 5'18과 3'15 마산의거, 4'19 등 민주화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민주화 사업회'라는 조직을 만들었었다.
그 사업회가 쓰는 사업 예산이 연간 수십억 원이라고 한다.그런데도 2'28 대구민주운동은 민주화사업회 관련 규정에 '민주화 운동'으로 끼워 주지도 않고 있다.단 한 푼의 예산 지원도 있을 리 없다.
2'28 대구민주운동은 45년 전 자유당 독재 정권의 부정에 맞서 당시 대구 시내 8개 고교 고교생들이 궐기, 부패와 독재에 항거했던 순수한 민주의거로 대구시민 정신과 민주의식을 드높인 역사적인 민주화운동이었다. 대구의 학생들이 지핀 2'28의 불씨는 곧바로 3'15 마산의거로 번져 나갔고 다시 4'19 의거로 이어져 마침내 자유당 독재 정권을 무너뜨렸다.
그러한 8'15 건국 후 최초의 민주화 학생 운동이 5'18, 3'15 등 다른 민주화운동 사업과 달리 예산 지원도 제대로 못받고 명색 대통령이 약속한 돈까지 5년째 떼이다(?)시피 하고 있으니 어쩌다 대구는 민주화운동조차 제대로 대접 못 받는 신세가 됐느냐는 자조가 나올 법하다. 구차하게 돈(예산) 얘기를 칭얼대자는 게 아니다. 역사 왜곡을 말하려는 것이다.
일본의 후소샤 교과서 왜곡 시비가 겨묻은 개 나무라는 것 같아서 하는 얘기다. 2'28 민주운동의 회원은 2만8천여 명에 이른다. 시민과 단체회원은 물론이고 고교생들까지 회비를 내가며 가입한다.
그런데 한국 고교생들의 근'현대사 교과서 5종류 중 2'28 학생민주운동의 역사적 사실을 기술한 교과서는 단 1권 뿐이다. 4권의 역사(사회과) 교과서에는 마산 3'15, 서울 4'19, 광주 5'18 기록 등만 적혀 있다.
2'28 대구학생민주화운동의 역사는 흔적도 없다. 낡은 대구 지역 신문 기사 속에 우리끼리의 역사인 양 남아 있을 뿐이다.입회비를 내고 2'28 정신을 기리는 학생들은 교과서에도 없는 45년 전 선배 학생들의 민주의거 역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할 것이며 5'18, 4'19, 3'15만 가르치면서 일본의 역사책에 시비 거는 어른들의 모순된 역사관을 어떻게 바라볼까.
엄연히 사실로 있었던 우리의 역사 그것도 후세 학생들에게 두고두고 긍지와 귀감이 될 최초의 순수한 학생 민주화운동을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 빼 버리는 짓이야말로 역사 왜곡이요 대구 민주 정신의 말살이다.
거짓 기록도 왜곡이지만 진실 은폐도 왜곡이기 때문이다. 남의 역사 왜곡을 시비하고 바로잡기 위해서는 나의 역사부터 올바로 세워 놓고 볼 일이다. 뭐 묻은 쪽이 겨 묻은 뭐 나무라는 격이 돼서는 안 된다. 이제 DJ께서는 잔돈 81억 원을 어떻게 하실지 그리고 참여정부는 다음주쯤부터 시작될 역사교과서 보완 편찬 때 2'28 대구민주운동을 어떻게 기록할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또 다시 진실을 파묻고 대구 학생 운동을 민주운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근'현대사 역사교과서는 한국판 후소샤 교과서가 될 수밖에 없다.
김정길 명예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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