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괴 밀수사범에 대한 처벌 규정을 놓고 법원과 검찰이 법리논쟁을 한판 벌일 조짐이다. 서울고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금년 1월 홍콩에서 금괴를 밀수하다 적발된 임모(68·여)씨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죄를 적용, 징역 1년에 추징금 6억1천여만 원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금괴는 국제수지 균형과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제정된 외국환거래법 상 귀금속에 해당한다. 이를 허가없이 밀수하려 한 피고인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죄를 적용, 이같이 선고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 "밀수된 금괴는 지급수단에 해당하지 않는다. 금괴 밀수사범에게는 외국환거래법이 아닌 관세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즉, 금은방에 판매할 물건을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들여왔다는 점에서 관세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관리통화제도가 실시되면서 결제수단으로서 금의 기능이 퇴색했지만 금은 국제적 결제수단으로 통용되고 있고 국제수지나 통화가치 등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본래 금이 가지고 있던 결제수단으로서 기능마저 소멸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밀수 금괴가 결제수단으로서 외국환거래법의 적용을 받는지, 세관에 신고되지 않은 물건으로서 관세법의 적용을 받는지에 대한 법원과 검찰의 법리논쟁은 결국 대법원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검찰이 금괴 밀수사범들에 대해 외국환거래법이 아닌 관세법 위반죄 적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형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2억 원 이상의 금괴를 밀수하다 적발됐을 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면 징역 3년 이상에 벌금을 선고할 수 있지만 외국환거래법을 적용하면 벌금없이 3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다른 물품을 밀수하는 사범에 비해 금괴를 밀수하는 사범의 형량이 상대적으로 가볍다는 주장이다. 검찰은 항소 이유서에서 "외국환거래법은 법정형이 관세법보다 낮은 것은 물론 벌금형도 병과할 수 없다. 관세법이 적용되는 다른 밀수입 범죄와 비교할 때 처벌의 불균형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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