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천년古都서라벌' 다시 열린다

경주 역사문화도시 복원 3조원 투입

국책사업 지정(본지 16일자 1면 보도)으로 올해부터 향후 30년간 3조 원 가까운 예산을 들이는 경주 역사문화 중심도시의 핵심은 신라 수도 서라벌의 옛 모습 복원이다. 일정·월정교를 지나 월성과 안압지를 드나 들고, 지상 80m가 넘는 황룡사 탑에서 탑돌이도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신라시대의 주막에서 막걸리를 들이키며 1천 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는 추억여행도 멀지 않은 셈이다.

경주시는 수년전부터 역사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사업을 부분적으로 진행해 왔다. 따라서 기본적인 골격은 이미 마련된 상태다. 경주시 관계자는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은 기존 사업 중 계속되는 것이 50% 가량이고 신규 사업이 나머지 50%쯤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일 발표를 앞둔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 내용은 무엇이며,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 짚어본다.

■경주의 지도가 바뀐다

경주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역량이 집중되는 지역은 현재 보문단지∼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이르는 북천을 경계로 남쪽 지역이다. 그 가운데서도 중심이 되는 곳은 황남·황오동, 노서·노동동 등 고분군 밀집지대와 대릉원 일대, 반월성, 안압지, 황룡사터 등지가 중심을 이루게 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이 일대에서 복원할 것은 복원하고 정비할 것은 정비해 최대한 옛모습에 근접하도록 한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게만 해도 보존도 아니고 복원도 아닌 어정쩡한 형태의 현재 모습은 사라지고 말끔하게 정비된 서라벌의 옛 터전을 볼수 있게 된다는 것. 따라서 선도사업이 끝나는 2010년 쯤이면 북천 남쪽 지역은 현재의 혼잡한 모습을 완전히 털고 역사문화가 살아서 숨 쉬는 새로운 지역으로 거듭나면서 시청에 보관 중인 도시도면이 완전히 바뀔 정도로 혁명적인 변화도 예상된다.

여기에다 경주를 찾는 관광객을 위해 주막이나 관광상품 판매점, 목로카페 등 현대와 고대가 조화를 이루는 기본적인 시설을 갖추면 경주는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될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하고 있다.

■선도사업에는 어떤 것들이 들었나

경주 역사문화 중심도시 조성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단시일에 걸쳐 3천600억 원이 투입되는 이른바 선도사업에 포함돼 있다. 2010년쯤이면 골격을 드러낼 이 사업은 서라벌 땅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인 지역과 시설, 건물을 복원하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한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황룡사 복원

문헌과 그 동안의 발굴유물 및 유적 등을 종합해도 옛날 경주 땅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높이는 10m도 채 안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하지만 기록만 남아 있는 황룡사탑의 높이는 자그마치 80m 가량. 그마저 목탑(木塔)이었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탑의 존재자체가 미스테리다. 이것을 복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 경주시는 국제학술대회를 열어 각계의 의견을 모은 뒤 기본계획을 수립키로 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국제공모를 통해 탑을 복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황룡사 탑이 복원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관광소득 증대요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시는 올해 중 관광홍보 용역을 발주해 관광산업 전반에 대해 새로운 계획을 수립키로 했다.

▲일정·월정교 복원

경주 시내에 있는 남천을 가로 질러 놓았던 일정 · 월정교는 우리나라의 고대 교량의 축조방법과 토목기술을 보여주는 주요한 사료로 평가받고 있다. 이 역시 복원대상이다. 일정교는 경주 남산과 남쪽 외지를 연결하고, 월정교는 신라왕경 서쪽 지역의 주된 교통로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시에 신라왕경의 규모와 성격을 파악하는 중요한 사료이기도 하다.

경주시는 이를 복원하는 것은 복원 자체에도 의미가 있지만 이 역시 함께 복원이 추진되는 월성과 안압지 등과 어우러져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월성해자 복원 및 안압지 추가발굴 복원

지난 85년 시작해 연차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월성 일대 발굴 과정에서 단을 지어 연못처럼 아름답게 조성한 해자(垓字)가 동·서·북에 월성을 에워싸고 있었고 해자 가에서는 많은 건물터가 드러났다. 이들 건물은 왕궁에 소속된 관청건물들로 추정되고 있다. 일정·월정교와 해자 발굴과 복원은 장기적으로는 신라 궁궐터 발굴 및 복원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이와 함께 지금 보다 규모가 훨씬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압지 주변도 추가 발굴하게 된다.

▲역사박물관 건립

문화관광부와 경주시는 역사문화 도시를 조성하면서 역사박물관(문화관)을 새로 짓기로 했다. 이 박물관은 추후 논의과정을 거쳐 더 다듬어 지겠지만 유물보관 형태의 박물관이 아닌 신라사람들의 생활사 박물관 내지는 민속관의 성격을 띠게 될 전망이다. 이 역시 관광객을 배려하기 위한 것. 경주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전체적으로 신라시대 경주의 모습을 복원해 여기에다 현대적 관광상품의 가치를 불어 넣는다는 것이 특색이다.

▲기타

이 밖에도 2010년까지인 선도사업에는 첨성대에서 야간 레이저 쇼를 통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황남, 황오, 노동, 노서동 고분군을 한데 묶어 고분공원을 조성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 교리 최씨 고택도 복원하게 된다.

경주시 관계자는 또 "미발굴 고분에 대한 발굴작업을 벌여 천마총에 버금가는 정도의 유물만 찾아낸다면 경주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 질 것"이라며 역사문화도시 조성과 함께 이미 추진 중인 사업들을 착실하게 수행한다면 2015년 이후 경주는 화려했던 고대도시의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일정

올해부터 2034년까지 모두 4단계로 나눠 시행되는 경주 역사문화도시 조성사업을 두고 문화관광부는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백상승 경주시장은 20일 경주를 방문하는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로 했다. 향후 예산지원에 대해서도 문광부가 사업의 동반자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한 상태여서 경주시는 충실한 계획과 착실한 추진이 과제로 남았다. 백상승 시장은 "장기사업인 만큼 앞으로 어려움이 없도록 올해 중에 사업추진의 기반을 확실하게 닦아 놓겠다"고 말했다.

경주·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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