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검찰 "덥다 더워"

총리·국회의장 발언에 심기 불편

검찰이 불만에 차 있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의 공판중심주의 강화,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추진 등으로 검찰의 입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원기 국회의장까지 나서 검찰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

이 총리는 17일 대통령과 5부 요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검찰이 상자째 서류를 가져가 공무원들이 일하는 데 지장을 받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영장 없이 서류를 갖고 가는 것에는 응하지 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도 검찰의 행담도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기업의 5년치 서류를 가져가는 바람에 기업의 의욕이 저하되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총리와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자 검찰은 드러내놓고 불만을 터뜨리지는 않았지만 속은 끓었다.대구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영장 없이 공공기관의 서류를 가져가는 일은 없다"며 "영장을 갖고 가서도 해당 기관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필요한 서류만 갖고 온다"고 말했다. 행정기관의 입장을 존중해 압수수색도 최대한 자제하고 자료를 임의제출 받는 형식을 취할 정도로 신중을 기한다고도 했다.

다른 관계자는 "과거처럼 컴퓨터까지 통째로 들고 오는 일은 없고 서류를 갖고 와도 필요한 부분을 복사하고 곧바로 돌려준다"며 "검찰의 바뀐 수사 방식을 잘 모른 상태에서 나온 발언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한 수사 실무자는 "도처에 원군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총리와 의장의 발언은 검찰의 기를 누르는 직격탄"이라고 표현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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