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다. 앞으로 한 달 여 기간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해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부모와 자녀 사이에 최악의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부모가 원하는 것은 잘 만든 계획표에 따라 적당히 쉬면서 공부와 책 읽기에 힘쓰는 자녀의 모습. 그러나 학교 생활이라는 시간의 틀에서 자유로워진 아이들은 여지없이 기대를 무너뜨린다. 이제는 되풀이되는 방학이라는 최악의 전쟁을 최선의 시간으로 만드는 방법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찾아야 한다.
▲ 계획표는 함께 짜고 실천하라
자녀의 규칙적인 방학 생활을 위해 계획표를 만들어 이를 지키도록 하라는 충고가 많다. 방학 학습 목표를 정한 뒤 계획을 일주일 단위, 하루 단위, 시간 단위로 세분하고 적당한 공부 분량까지 배분하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계획을 잘 세워도 며칠만 지나면 헛수고가 된다는 사실은 부모도 경험으로 충분히 아는 일. 아이에게 강요할 수만은 없다.
우선 계획표를 짤 때 부모와 자녀가 의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습과 놀이, 독서와 휴식 등의 시간을 배정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학습이다. 전체적인 목표는 실천 가능한 수준으로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작은 부분이라도 스스로 해냈을 때의 성취감을 맛보게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실천에는 항상 부모가 함께 하도록 한다. 그렇다고 직접 아이의 공부를 봐주거나 책상머리에 같이 앉으라는 얘기는 아니다. 여유가 있다면 가족이 둘러앉아 함께 책을 읽거나 학습 진도를 체크해주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하루 한두 번씩 계획을 어떻게 실천하고 있는지 점검해주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하려면 칭찬과 적절한 포상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 공부는 동기부터 부여하라
방학을 선행학습의 호기로 여기는 학부모가 많다. 학교 진도나 숙제가 없는 시기인 만큼 욕심을 내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런 마음에 학원 몇 군데를 정해 빡빡한 스케줄을 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오히려 공부에 질리게 할 수도 있다. 수준에 맞지 않거나, 너무 많은 과목의 학습지도 피로와 좌절감을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단은 자녀의 수준을 점검하는 것이 첫 번째다. 1학기 때 배운 내용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다면 2학기 과정을 먼저 익히게 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시키는 선행학습은 독이 된다. 복습을 통해 자신감을 갖게 한 뒤 가벼운 예습으로 다음 학기 배울 내용에 대한 흥미를 일으켜주는 정도로도 충분하다.
방학 동안의 학습에는 동기가 가장 중요하다. "학교도 안 가는데 왜 공부를 해야 하느냐"고 항변하는 아이에게 윽박지르기만 해서는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보다 나은 삶, 장래 희망과 꿈, 미래 사회의 모습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한 것.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 체험학습 최대한 늘려라
방학이라고 자녀와 함께 바다와 산, 강과 계곡을 찾는 것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박물관이나 한 번 다녀오지 하는 정도로도 부족하다. 자녀의 교과서를 들여다보면 얼마나 많은 체험이 필요한지 쉽게 알 수 있다. 1학기와 2학기 교과서를 훑어보고 각 교과나 단원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어떤 체험이 필요한지 알아보자.
체험 캠프에 보내면 알찬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가족 휴가도 이런 체험학습과 연결시키면 자연스럽게 공부에 대한 흥미를 높여줄 수 있다. 사회과에 나오는 역사 유적지 인근의 계곡으로 휴가를 가거나, 야영을 하면서 별자리를 함께 찾아보거나, 여행지 근처의 생태계를 둘러보는 정도면 무방하다.
요즘은 자녀의 교과와 연관시켜 일주일 안팎의 테마여행을 하는 가족들도 적잖이 보인다. 테마여행은 계획하고 준비하는 만큼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자녀와 함께 교과서, 지리부도, 여행안내서, 인터넷 등 다양한 자료를 검토해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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